VK 이철상 대표 "8.8㎜ 초슬림폰으로 국내 시장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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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회사를 세운 지 8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주로 유럽과 중국 등에 집중하느라 국내에선 인지도가 낮지만 올해 안에 8.8mm 슬림폰 'VK2000'의 국내용 모델을 내놓으며 '팔팔'하게 마케팅에 나설 생각입니다."

지난달 VK2000을 발표하자마자 유럽 출장을 다녀온 VK 이철상(38.사진) 대표는 "벌써 반응이 뜨겁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명함 한 장 크기에 무게도 48g에 불과한 VK2000은 유럽에서 100달러 선에 팔린다. 한국에서도 10만원대에 판매할 예정이다. "칩셋을 자체 제작하는데다 배터리 개발 능력도 갖추고 있어 싼 가격에 팔아도 20% 이상 남는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VK는 지난달부터 서울 지하철 1.2호선에 광고를 시작했다. 중국에선 탤런트 안재욱을 활용한 광고물을 만들어 버스 광고를 하고 있다. 또 한글을 쓸 수 있는 유럽방식(GSM) 단말기를 북한과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했으며 12일에는 카메라 기능 등을 추가한 신제품 'VK2100'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1997년 휴대전화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벤처기업 '바이어블코리아'를 설립했다. "먹고 살 다른 방법이 없어서"라는 것이 이 대표의 창업 이유다. 학생운동 경력 때문에 공무원도, 회사원도 될 수 없었던 그가 선택한 살아갈 방법이 창업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 87학번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91년부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대행을 맡았다가 5년간 수배자 생활을 했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젠 전직 운동권이 아닌 현직 기업인으로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며 지난 얘기를 꺼렸다.

"국내 업체들이 GSM 시장에 소극적인 것을 보고 2001년 단말기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위에서는 만류했지만 주문자상표부착 생산(OEM)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자체브랜드로 밀어붙인 전략이 적중했습니다. 자체 개발한 GSM 단말기는 로열티를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VK는 현재 경기도 안성과 중국 샤먼(廈門) 공장에서 월 48만 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한다. 영국 통신회사 보다폰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회사도 커져 지난해에는 38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만 230억원.

올 4월에는 프랑스에 자회사 VMTS를 세워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칩 개발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자체 칩을 개발하고 신규 시장에 진출하느라 2분기 191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지만 신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내년에는 깜짝 놀랄 실적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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