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끈6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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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월이다.
어느새 수은주는 30도 위를 오르내린다. 삼복더위는 아직 멀었는데 폭양은 따갑기만 하다.
6일은 망종, l5일은 단오, 22일이 하지. 농사일이 바쁘다.
『도리깨 마주서서 짓내어 두드러니, 불고 쓴듯 하던 집안 졸연히 흥성하다.』농가월령가엔 그밖에도 농우돌보기, 그루갈이, 모심기, 장마철 땔감 준비하기, 누에치기, 단오 채비등 한시도 쉴 틈이 없다.
거기다 식구마다 할 일도 따로 있다.
『들깨 모, 담배 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가지 모, 고추 모는 아기딸이 하려니와/아기어멈 방아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그래서 우리 속담에 「미끈 6월」이라는 말이 있다. 해는 짧고 해야할 일은 많아 가는지 모르게 지나가 버린다는 뜻이다. 하지가 끼여 있어 해가 가장 긴데도 얼마나 할 일이 많길래 짧다고 했을까.
『6월 저승 지나면 8월 신선돌아 온다』는 속담도 있다. 6월에 고생해서 농사 지으면 8월예 추수의 기쁨을 맞는 다는 뜻. 물론 모두 음력 절기에 맞춘 말이지만 농사철을 점점 앞당기는 요즘이라 거의 들어 맞는다.
뭐 그렇다고 죽도록 일만 한 것은 아니다. 신명나게 놀기도 했다.
특히 천중가절이라는 단오엔 그네뛰기, 공치기, 석전, 창포욕등을 했다.
6월은 서양에서도 아름다운 계절로 친다. 『장미와 결혼의 계절』이다. 6월에 결혼한 신부가 바로 「준 브라이드」(June Bride), 아가씨들의 선망을 받는다. 이것은 로마의 「주노」 (Juno)여신을 섬기는데서 유래됐다. 「주노」여신은 「주피터」주신의 아내. 해산과 결혼을 주관하고 가정과 순결을 보호한다.
계절은 바쁘고 아름다와도 시인의 영감은 여름을 외면한다. 더위 탓일까. 봄·가을은 영감의 대상이 돼도 여름은 그저 록음에서 쉬고 싶은 개절.
산이 푸르니/강물도 푸르고나/청류에 발을 담그고/홀로 신선이 되어/두고온/먼 마을 일들일랑 잊자.
이렇게 노래한 시인도 있다. 또 있다. 비내리는 여름밤이다. 비가 오는 여름밤은/일찌기 등불을 끄고/창가에나 조용히 누워 있는 것이 멋이 있네/한밤내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에/흐려진 가슴을 씻기우고 누워있으면/꽃밭에 쭈그린 청개구리 보다도 오히려/내마음은 화려하이.
일에 쫓기면서도 산간에 쉬고 싶은 계절이 6월이다. 이 6월에 우리는 처참한 전쟁을 치렀고 33년이 지나도록 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6월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하는 계절인가 보다. 건강한 마음으로 6월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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