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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의 인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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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추무공 이순신은 국난을 극복한 명장이기도 하지만 『난중일기』의 명문을 남긴 문장가였고 백의종군 의 경손을 보여준 인격자였다. 가장 많은 중·고교생이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특히 학생들이 존경하는 5명의 국내외 인물 가운데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들어 있어 이채롭다.
학생들의 의식조사를 담당한 한국교육개발원의 한종하 박사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진취· 개척· 창조를 숭상하는 학생들의 가치관으로 풀이할 수있을 것 같다』고 했다.
중·고교생의 이같은 가치관은 정치가·군인 등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모델을 많이 찾게되며 근대화에 공헌한 공로를 일반 성인의 정치적 평가와는 관계없이 인정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선진외국의 청소년들에게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 독립의 영웅 워싱턴이나 미주주의를 토착화시킨 링컨, 뉴프런티어를 제창하면서 우주개척에 나섰던 케네디 등이 그들 중·고교생들의 존경의 대상으로 돼있다.
처음으로 전국 규모의 이같은 조사연구를 수행했던 한 박사는 지금까지의 단편적 조사와는 달리 존경받는 인물에 한국인이 많았지만,역사상의 인물발굴이 미흡하다는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예컨대 실패하기는 했지만 근대화의 기수 김옥균이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승훈· 안창호 등 근대사의 인물가문데도 진취적이고 창조적인 인물이 없었던 것이 아닌데 이들을 모두 우리 역사가 묻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문교부는 이번의 조사결과 나타난 각급학교 학년별 존경인물 순위를 앞으로 교과서에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서는 이순신 에디슨-신사임당-슈바이처-世宗대왕-나이팅게일 등의 순으로 빈도를 정하고, 고교 2년에서는 이순신-헬렌· 켈러-박정희-아인슈타인-신사임당의 순으로 인물거론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 뿐 아니라 모든 단계 학생들의 발전적 가치판에 부합하는 우리 역사상의 인물을 발굴하는 노력이다.
반드시 그런건 아니지만 이순신 장군도 박정희 전 대통령재임 중 그의 모든 것을 발굴해 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모델이 된 일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도 다양한 모델이 있을때 선택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되고 교육적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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