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 천차만별, 원정급유도 활발

중앙일보

입력

  국제유가 하락으로 1300원대 주유소가 늘어나면서 싼 주유소를 골라 찾아다니는 소비자들의 ‘원정급유’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주유소들이 여전히 유가하락 전 가격인 2200원대를 고수하면서 가격 차이가 큰 폭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16일 오후 2시 강서구 개화동 개화동주유소의 앞은 주유를 하려는 차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금요일부터 리터당 1415원에 팔았던 이 주유소는 월요일부터는 1300원 대로 가격을 더 낮췄다. 이날 개화동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377원이었다. 개화동주유소의 김희정 사장은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소문이 나서 가격을 확인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손님 수도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하루 200통의 드럼을 소비했으나 지난주 금~토요일에는 250~260여통을 팔았고 이번 주는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제유가 하락에 맞춰 가격을 더 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때문에 주유를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차량도 적지 않았다. 인근 화곡동에서 20여분 운전해 왔다는 최경석(41)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유를 하면 50리터에 10만원을 넘겼는데 이제는 6만원대에 불과하다”며 “계산을 할 때 돈을 버는 느낌”이라고 만족해했다. 인근 5분 거리에서 리터당 1600원대에 팔고 있는 2곳의 주유소는 상대적으로 한산해보였다.

이날 서울에서 가장 싼 주유소는 영등포구 대림동 정다운주유소와 대청주유소, 도림동 도림주유소와 강서오일로 휘발유 리터당 가격이 1366원이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을 체감할 수 없는 가격대의 주유소도 여전히 있었다. 이날 서울에서 2곳의 주유소는 리터당(휘발유) 가격이 여전히 2000원이 넘었다.

가장 비싼 곳은 관악구 서림동의 서울주유소로 리터당 2298원이었다. 가장 저렴한 주유소와 비교하면 리터당 차이는 932원이다. 50리터를 넣을 경우 4만6600원까지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들 주유소는 한산하긴 했지만 주유를 하러 오는 차량들이 없지 않았다. 주유소 측 관계자는 ”실제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하면 실제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3만원 이상 주유 시 무료 실외세차, 6만원 이상 주유 시 무료스팀세차 서비스와 20% 할인 상품권 및 마일리지 적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를 감안하면 주유가격이 비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렇게 주유소마다 가격차이가 천차만별인데 대해 한국주유소협회 박동위 과장은 ‘과열 경쟁’을 꼽았다. 박 과장은 ”올해 1월 첫째 주 기준 휘발유 정유사 공급가격(평균 508.1원)에 세금(888.5)을 더하면 리터당 가격은 최소 1396.6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 가격 아래 있는 주유소들은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정유사별 공급가격이나 임대료 차이도 가격이 반영된다. 토지나 건물을 주유소의 업주가 소유해 정유회사로부터 제품만 공급받는 주유소는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다. 정유회사의 한 관계자도 ”서울 내 땅값도 건물 임대료에 반영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남 3구와 종로ㆍ중구 등은 가격이 비싼 주유소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 25개 자치구의 휘발유 리터당 평균가격은 종로(1876원)·중(1824원)·강남(1754원) 순이었다.

유성운·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서울 ℓ당 휘발유 가격 (1월 16일 오후 3시 현재)

자료: 오피넷

최저가격

1366원

최고가격

2298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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