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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들이 펼쳐놓은 겨울 여행지 맛집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자꾸 움츠리게만 되는 계절이지만, 전국 곳곳엔 우리가 몰랐던 맛집들이 겨울의 맛을 가득 품고 있다.

더손 대표 서지희
2012년 청담동에 오픈한 건강한 식문화와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카페 ‘콩부인’과 플라워 숍 ‘해당화’의 대표이자 공간 디렉터 겸 브랜드 크리에이터. 본능처럼 좋은 공간을 찾아다닌다. 얼마 전 <콩부인의 하루>(스타일북스)를 발간했다.

1 사찰음식전문점 바루의 정갈한 정식한상.
2 통영 토담실비집의 밥도둑, 간장게장.
3 프라이빗하게 파인다이닝적 한식을 맛볼 수 있는 온지음 내부.
4 겨울의 운치가 가득한 제주 바다.

입맛이 예민하다는 소리를 더러 듣는다. 조미료가 많이 첨가된 음식을 먹으면 곧바로 잠이 올 정도. 점심 먹고 난 뒤에 졸고 있으면, 직원들이 ‘그 식당은 조미료를 많이 넣는구나’ 할 정도다. 근대 도시의 유물이 가득한 군산 기행을 갔을 때 보안여관의 최성우 대표님이 이런 나를 알고 ‘완주옥’을 추천해주셔서 들르게 됐다. 2대째 떡갈비를 만드는 집이었는데, 고기 손질부터 성형까지 전부 수작업을 고수하고 단 양파와 간장을 혼합해 달인 양념장이 별미다. 휴식을 목적으로 떠났던 제주도. 평소 벤치마킹을 위해 회사직원들과 레스토랑을 찾아가던 때와 달리 업계 친구들과 딸의 친구들 몇몇과 함께 떠나 좀 더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맛집을 벤치마킹하던 습관은 버릴 수가 없어, 칠성로길 인근에 자리한 ‘이꼬이앤스테이’로 향했다. ‘패피’들의 단골집이자 동부이촌동의 선술집 ‘이꼬이’를 운영하던 정지원 셰프가 제주로 내려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겸 레스토랑으로, ‘닭마을’ 조천읍에서 크는 토종닭과 고등어로 만든 덮밥, 딱새우를 얹은 우동샐러드 등이 일품이었다. 통의동은 수많은 갤러리와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 종종 찾는다. 그곳에 자리한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은 원테이블 레스토랑에 리얼 키친이 있는 공간으로, 하루 두 번만 예약을 받는 곳이다.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육만두, 시래기 장어밥을 맛봤는데 매번 메뉴가 바뀌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에서, 프라이빗하게 정성스러운 한식을 맛볼 수 있는 새로운 공간.

Information
완주옥 갈비에 칼집을 내고 구운 후 마늘편을 얹어내는 한우 떡갈비와 한우미니곰탕이 대표 메뉴.
add 군산시 죽성동 26-2 tel 063-445-2644
온지음 제철 식재료에 따라 연구원들이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다. 1월은 잣즙게살수란, 석류탕, 너비아니와 더덕구이 등이 주요 메뉴.
add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35-33 아름지기 tel 070-4816-6610
이꼬이앤스테이 1층엔 일본 가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2~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구성돼 있다.
add 제주시 중앙로5길 18 tel 070-8239-9408
미포 끝집 해운대 전망을 바라보며 싱싱한 회와 장어, 조개, 전복구이 등을 맛볼 수 있는 곳.
add 부산시 해운대구 중1동 994-3 tel 051-746-5511

소설가 함정임
단 하루를 머물러도 현지인처럼 먹고 살기를 원칙으로 하는 소설가 함정임. 여행지에서의 시작은 장을 보는 것이고, 끝은 도시에서의 성찬으로 마무리한다. 여행의 시작과 끝을 전환시켜 주는 건, 언제나 요리이기 때문이라고. 얼마 전 식도락 세계 여행기 <먹다 사랑하다 떠나다>(푸르메)를 냈다.

5 온지음의 정갈한 음식. 오픈키친에서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그때그때 설명을 들으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6 제주 이꼬이앤스테이의 레스토랑 내부.
7 부산 청사포의 수민이네 장어구이. 갓 잡아온 작고 튼실한 산 붕장어를 그대로 쏟아 불에 익힌 뒤 방아와 고추장 양념, 마늘편 등을 찍어 함께 먹는다.
8 볼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한 통영.

대학 시절 학교의 수련관이 있어 담당 교수님, 과친구들과 산행을 겸해 종종 왔던 수안보.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이 아름다운 지역을 다시 찾은 건 20년 만이었다. 드라이브하기 좋은 풍광이었지만 온천 타운이 읍 단위로 커지고 관광지화되면서 번화하긴 했지만 딱히 끌리는 식당이 없었다. 월악산 안에 잡아둔 숙소로 가는 길, 세 번을 기웃거리다 들어간 집이 ‘소라가든’이었다. 8가지 꿩 코스 요리가 메인으로 1인에 5000원, 최소 2인 이상 주문해야 한다. 갓 잡은 싱싱한 꿩 육회를 시작으로 두꺼운 무쇠 위에서 구워주는 꿩산적과 꿩전, 꿩만두 그리고 소라가든에서 직접 키운 충주사과로 만든 샐러드, 메인 요리인 꿩샤브샤브, 그 국물에 넣어주는 꿩소면, 잡뼈를 넣어 끓여주는 꿩매운탕 등. 처음 맛본 꿩요리치고는 너무나도 흡족했다. 관광지라지만 딱히 맛집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소라가든과 두 군데 식당이 함께 꿩을 키우기 시작, 코스 요리를 개발해낸 맛의 쾌거다. 경주는 내가 파리와 함께 20년 넘도록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파리 6대학의 총장들이 우리 대학과 MOU를 체결하러 왔는데, 특1급 호텔에서만 지내다가 경주에 가보고 싶다 하여 사찰 음식 전문점 ‘바루’에 모시고 갔다. 스님들의 그릇인 발우를 소리나는 대로 적어 만든 이름처럼, 사찰식을 지향하며 로컬 식재료로 조미료 없이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반응은 말해 무엇하리. 다양한 층위로 통영의 맛집들을 경험해봤는데, ‘토담 실비’집은 3일은 굶고 가야 되는 곳이다. 나오는 음식마다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맛이 훌륭하고 양도 푸짐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돌게와 꽃게, 소라, 개불들이 바다 내음을 가득 품고 한상 가득 쉬지 않고 올라온다. <삼국유사> 같은 한국 고전을 현지 언어로 번역하는 외국 작가들과 왔었는데, 두고두고 회자되는 통영 맛집계의 전설이 됐다.

Information
소라가든 꿩요리 전문점. 2009년에 이 집의 ‘꿩샤브샤브’가 제13회 충북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add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리 693-35 tel 043-846-7819
바루 경주 최초의 사찰 음식 전문점. 산채비빔밥, 노란콩된장 등의 메뉴와 1인 1만5000원의 바루정식이 대표 메뉴.
add 경주시 서악동 874-3 tel 054-774-5378
토담실비 술값 일정액을 내면 해산물 안주를 차려주는 다찌집. 삶은 털게, 어린 고둥, 생마와 김 등이 기본 안주인데 술을 시킬 때마다 꼴뚜기통찜, 각종 해산물과 봄멸조림 등이 끝없이 나온다.
add 통영시 무전동 1030-7 tel 055-646-1617
수민이네 조개, 장어구이로 유명한 노천식 해변 식당.
add 부산 해운대구 중2동 595-4 tel 051-701-7661
친정집 간장게장 전문점. 게장정식에 두부전골을 시키면 시골밥상같은 정식이 함께 차려져 나온다.
add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 앞 tel 032-937-9648

글=정승혜 헤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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