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색맹 판정에 좌절 … 독학으로 애니메이션 감독 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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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최초 한국인 애니메이터였던 김상진씨. 20년 만에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 자리에 올랐다.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게 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감성의 로봇 베이맥스를 탄생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죠.”

 한국인 최초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를 맡은 김상진(55)씨의 말이다. 그는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돈 홀·크리스 윌리엄스 감독)의 21일 개봉을 앞두고 내한해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는 돈 홀 감독, 로이 콘리 프로듀서, 등장인물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다니엘 헤니도 함께 참석했다.

 ‘빅 히어로’는 열네 살 천재 소년 히로가 의료용 로봇 베이맥스, 네 명의 공학도와 함께 ‘빅 히어로 6’를 조직해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겨울왕국’으로 새로운 공주 캐릭터를 선보인 디즈니가 이번에 총력을 기울여 탄생시킨 새 캐릭터는 ‘헬스케어 로봇’ 베이맥스. 펑퍼짐하고 푹신한 몸체에 주인공 소년 히로가 상처를 입을 때마다 그를 걱정하고 추위에 떠는 히로를 꼭 안아주는 따뜻한 감성의 캐릭터다.

 제작 과정에서 그는 캐릭터 디자인 작업과 컴퓨터그래픽(CG) 부분을 연결하는 작업을 총괄했다. 평면 캐릭터를 3D의 그래픽으로 구현하며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그는 “비닐 같은 탄소섬유 재질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친근한 성격을 살려내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씨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89년 미국으로 건너가 95년 35세에 애니메이터로 디즈니에 입사했다. 고교 시절 적록색맹 판정을 받아 한때 그림에 대한 꿈을 포기했으나 뒤늦게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며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이다. 이후 ‘볼트’(2008) ‘라푼젤’(2010)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지난해 개봉한 ‘겨울왕국’의 두 주인공 엘사와 안나 자매의 어린 시절 캐릭터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그가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를 맡은 건 ‘빅 히어로’가 처음이다.

 디즈니에 대해 “다양한 스타일과 이야기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곳이란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그는 “이번에 수석 캐릭터 디자인도 한국인 김시윤(31)씨가 맡았다. 그의 제안으로 빅 히어로 6의 일원인 ‘고고’는 처음부터 한국인이라고 설정해 디자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로지 최고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일했다”며 “‘빅 히어로’는 아주 웃기면서도 남자인 나조차 눈물을 흘리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장성란 기자

코리안 디아스포라(Diaspora)=디아스포라는 전 세계로 흩어진 유대인의 이산(離散)을 지칭하는 말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세계 곳곳에서 뿌리를 내린 한인들의 이야기다.

* 사진 설명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제작진. 왼쪽부터 다니엘 헤니,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 로봇 베이맥스, 로이 콘리 프로듀서, 돈 홀 감독. [사진 디즈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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