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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취점 뽑으면 이긴다"|해태-삼성 6차 대결서 생긴 징크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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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프로야구가 점입가경이다. 기묘한 양상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6개 팀간에 묘한 징크스가 생겨나 이 징크스를 벗어나기 위해-혹은 지키기 위해-고심하고 있으며 스타들의 급격한 부침으로 명암이 엇갈려 흥미로운 드라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선취점을 뽑아라. 그러나 안타는 적게 때려라.』
20여일 째 숨막히는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해태-삼미 간에는 묘한 징크스로 비상이 걸려있다.
3승3패로 시소를 벌이고 있는 해태-삼미전은 6차례의 대결에서 모두 .선취점을 올린 팀이 승리하는 징크스가 생겨나 선제점 뽑기에 혈안이 되고있다.
또 지난달 16일(인천)의 첫 대결을 제외한 그 이후의 연속 5차 전에서 안타를 적게 때린 팀이 승리하는 진경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미는 지난4일의 3차전에서 무려 10안타를 날리고도 무득점에 그쳐 7안타의 해태에 1-0으로 패하고 말았다.
6개 팀간의 대결상에도 징크스가 있다. 해태는 MBC에 6승1패로 강하고 MBC는 삼미에 3승1패, 삼미는 삼성에 4승1패, OB는 MBC에 역시 4승1패로 두드러지게 강해 서로 천적이 되고 있다. 이것은 각 팀이 상대타자에 강한 투수가 버티고 있기 때문.
해태는 대MBC전에서 주동식이 3승1세이브무패, 이상윤이 2승1세이브무패로 MBC타선을 묶어버리고 있다. 삼미는 삼성전에서 발군의 에이스 장명부와 좌완 김상기가 나란히 2전 전승을 기록했지만 삼성의 양일환은 3전 전패로 삼미타선에 맥을 못추고 있다.
MBC 이길환은 삼미에 2연승했지만 해태타자와의 대결에서는 2연패 당했다. 그냥 넘겨버릴 수 없는 이상한 변수가 작용하고있는 것이다.
스타플레이어의 부침 또한 작년과 다른 엄청난 판도 변화를 보이고있어 주목된다.
작년 다승투수 랭킹에서 1위에서 4위를 차지했던 OB의 박철순과 삼성의 권영호 이선희) 황규봉등 4명은 15일 현재 다승 투수 10걸에도 끼여있지 않다.
대신 발군의 에이스 삼미 장명부(9승1세이브3패), 해태 김용남과 롯데 김문희가 각각 5승1패, 그리고 MBC 이길환과 삼성 양일환이 각각4승3패로 선두그룹에 올라있다.
이들 중 장명부와 양일환은 올 시즌에 등장한 신인이며 김용남은 9위 그리고 김문희·이길환은 작년시즌에 투수랭킹 9위 이하의 「2류」였었다.
원년의 MVP(최우수선수) 박철순은 부상이지만 3명의 삼성투수들의 부진은 삼성이 최하위에 머물고있는 원인이 되고있다.
더구나 롯데 최동원 삼성 김시진과 멕시코에서 활약했던 MBC 이원국의 부조는 많은 야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이들 3명의 투수들은 모두 데뷔전에서 패배의 쓰라림을 맛본 채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는 것이다.
멋진 데뷔전을 치러주어야 할 감독들이 한결같이 무리한 등판을 강요, 스스로 스타들에게 실망과 의욕을 잃게 하고만 것이다.
강타자들의 판도변화도 그 폭이 엄청나다. 작년 5월26일의 75게임을 치렀을 때의 타격20걸 중에 끼였던 선수로서 15일 현재의 20걸에 들어있는 선수는 13명뿐이다. 13명의 선수들은 새 강타자로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OB의 신경식 김우열 구천서, 롯데의 김용희 김용철, 해태의 김성한 김종모 등 7명만이 작년의 페이스를 그런 대로 유지, 타격20걸에 랭크돼 있을 뿐이다.
작년 경이의 22연승을 올리면서 MVP에 빛나는 OB박철순과 타율4할l푼2리의 타격왕 백인천(MBC)의 경우는 너무나 아이러니컬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박철순은 부상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있고 백인천은 사생활에 얽힌 스캔들로 사실상 그라운드를 떠난 상태. 거목투수와 타격왕이 기구한 운명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 자리를 재일교포 장명부와 신인 장효조가 메우고있어 승부세계에도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고있는 셈이다.
승부를 먹고사는 프로세계의 단면을 한국프로야구에서 그대로 보고 있다고나할까. <조이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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