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탐정 뺨치는 취재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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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히틀러 일기를 발굴해 냈다가 조작품으로 밝혀져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특종기자」에서 거꾸로 슈테른지의 명망에 먹칠을 하고만 「게르트·하이데만」기자, 그는 자기 집을 팔아 나치독일의 「괴링」원수가 소유하고있던 요트를 사들인 괴짜였다.
슈테른지는 그가 존재하지도 않은 가공인물을 내세워 회사에 30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친 이유로 해고한데 이어 사기혐의로 제소까지 했으나「하이데만」은『아직도 일기가 진짜임을 확신하고 있으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 중』이라고 버티고 있다.「하이데만」은 1931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52세의 중년으로 무표정한 얼굴에 냉기마저 감도는 차분한 인상을 풍기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호화요트 카린 2호에서 슈납스(독일소주)를 마시며 전SS(나치 친위대) 장성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함부르크 집에서는 두 번째 부인과 2딸, 전처 소생자녀 2명 등과 함께 살고있다.
19세 때 슈테른지에 입사, 사진기자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60년대 아프리카의 독립혁명과 전쟁의 현장을 뛰어다니며 명성을 얻었다. 콩고 반란 때 찍은 사진으로 그는 세계보도 사진상을 받기도 했다. 일반기자로 바꾼 뒤 그는 특수하게도 세계지도자들의 비위에 관한 연구에 몰두,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됐다.
그는 주은래의 손자가 동독에서 일하고있다는 사실과 「빌헬름」2세의 사생아가 멕시코의 소설가 「T·트라반」이라는 것도 추적해냈다. 「하이데만」이「히틀러」일기와 관련을 맺게된 것은 73년 자신이 살고있던 집을 처분하여 「괴링」장군의 요트를 6만 달러(약4천5백만 원)에 구입하면서부터 그는 이때 나치시대의 인문들과 친근해졌고 점차 유럽과 남미 등지의 나치전범 은둔사항도 파악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체포돼 파리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클라우스·바르비」와도 접촉했다. 그 후 「하이데만」은 나치를 신랄하게 비난한 『제2차 세계대전』을 저술했으나 이름도 가명으로 했고 인세도 한푼 받지 않아 자신과 나치전범들과의 사이에 금이 가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민완기자가 되기 위한 길은 첫째도 운, 둘째도 운』이라고 평소 기자로서 많은 행운이 따랐었다고 말하곤 했으나 그의 동료들은 「하이데만」을 직업적인 탐정 이상으로 집요하고 날카로운 기자라고 평하고 있다 <본=김동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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