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정의 달」에 띄우는 아버지와 딸의 글 | 어린이는 어린이 다와야 한다 자녀에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태웅아! 태인아! 그리고 태범아! 너희들은 아빠 엄마가 모두 화가여서 다른 어린이들보다 그리에 관심이 낳은 줄로 안다.
「피카소」는 어린이 그림시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어른 그림부터 그렸다. 그가 다섯살 적에 그린 그림을 봤는데 어른 못지 않은 솜씨였다. 너무 잘 그려서 얄미운 생각마저 들었다.
너희들은 봄에 돋아나는 파릇파릇한 새싹을 보았지. 얼마나 귀엽더냐.
새싹이 자라 무성한 잎이 되는 법인데 아빠가 본 「피카소」의 그림은 그렇지가 않았다.
파릇한 새싹의 시기를 거치지 앉고 여름 뙤약볕에 한꺼번에 자란 검푸른 나무와 같았다.
하지만 「피카소」는 그의 생애를 통해 빼앗겼던 어린 시절을 되찾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른스런 그림의 낡은 껍질을 깨부수는 아픔을 겪었다.
풀기 없는 나무같이 조용하고, 점잖고, 맥박을 잃은 마네킹의 시늉으로 겉모양만 번드르르한 그림들.
「피카소」는 이처럼 죽은 것과 다름없는 어른 그림에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느라 안간힘을 썼다.
생명력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온갖 실험과 탐색을 다했던 것이다.
아빠가 너희들에게 이런 「피카소」그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두 가지 뜻에서다.
어린이는 언제나 어린이 다와야 한다는 게 아빠의 믿음이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어른스러우면 새싹을 거치지 않고 자란 나무처럼 부자연스럽다. 어린이는 어린이다와야 귀엽다.
「피카소」는 유년시절 어린이답게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 거꾸로 어린이처럼 천진스런 생명력을 화폭에 쏟아 놓았다.
아빠는 너희들도 「피카소」처럼 자기의 실수나 잘못을 고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옛 어른들도 『사람에게 누가 허물이 없겠느냐, 고치면 그게 바로 착한 것이지』하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태웅아! 언젠가 아빠가 네 잘못을 지적했을 때 넌 『아버지! 다시는 그런일 않겠어요』하고 뉘우쳤지. 아빠는 속으로 얼마나 대견하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빠도 너희들을 위해 몇 가지 어른의 우격다짐을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재 아빠 엄마가 이 글을 통해 너희들에게 약속할 일이 있다.
너희들이 『아빠 엄마는 왜 뭐든지 하지 말라고 만 그래』하고 투정하는 바로 그 일이다. 아빠도 하지 말라고 하면 더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게 어린이 마음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 오늘부터는 「하지 말라」는 말 대신 「하자」는 말을 쓰기로 하자. 「공부하자」 「이를 닦자」 「엄마 일을 돕자」 등 긍정적이고 부추겨주는 말로 아빠 엄마와 함께 이야기를 하자꾸나.
너희들도 TV를 보면서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하는 말을 들었지. 개구장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개구장이가 되더라도 건강해야 한다는 뜻 아니겠니.
이 세상에서 돈주고 살 수 없는 게 몇 가지 있다. 가장 어려운 게 「사람의 마음」이고 「건강」이 두 번째쯤 될 거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뛰놀면 자연히 모은 튼튼해지게 마련이다.
몸이 건강하면 생각도 건전한 법이지. 건전한 생각을 가진 어린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아빠는 믿고 있다.
태웅아! 태인아! 그리고 태범아! 아빠가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무슨 일이든 성실하게 해 다오. 그러면 다소 모자람이 있어도 남의 손가락질은 받지 않는다.
뭐니뭐니해도 정직이 으뜸이다. 너희들은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이야기를 읽었지. 아무리 큰 잘못을 했다해도 숨기지 말고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다. 잘못을 속이려들면 제2의 잘못을 만들어 내기 십상이다. 아빠는 너희들이 그런 어린이로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