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깊이보기:2000년 이후 한국 음악시장

소리바다의 항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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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그러나 P2P는 네트워크 프로토콜(Protocol)로서, 컴퓨터끼리 서로 가지고 있는 파일을 검색하고 전송할 수 있는 '통신 규약'이다.

따라서 이 규약만 지키면 누구라도 그와 호환되는 P2P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e-Donkey, Gnutella, BitTorrent 등의 P2P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P2P 프로그램들이 수백 가지에 달한다.

서버에 대한 의존도가 전혀 없는 이러한 P2P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가 한번 다운로드하기 시작하면 이를 중단시킬 방법이 없다.

음반업계의 지속적인 법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P2P 사용자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P2P를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음반 또는 유료 음악파일을 4배 이상 구매한다는 통계자료를 보면 음반업계는 엄청난 수의 실구매자들을 적으로 삼아 소송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음반업계가 현재 진행 중인 P2P 개발 업체와 개인 사용자에 대한 소송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짓이며 그리 효과적이지도 않다.

현행법과 권리단체 및 문화관광부의 입장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40%에 육박하는 2000만 P2P 사용자가 다 범법자가 된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렇게 국민 대다수를 범법자로 규정하는 현행 저작권법의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대체 보상 제도' (Alternative Compensation System) 도입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는 제품 구입을 통해 복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걸 감안해 CD 복제기.MP3플레이어 등에 보상금 형태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끊이지 않는 소리바다 논란의 핵심 역시 저작권 문제가 아니라 보상에 관한 문제다.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대다수의 네티즌이 행하는 복제행위가 불법으로 치부되지 않고, 권리자의 창작 욕구도 촉진시킬 수 있다.

소리바다는 현재 유료 MP3를 하나 구입하면 1주일간 P2P를 무료 이용할 수 있는 지급 구조다. 이를 통해 월 100만 곡, 5억원 상당의 유료 MP3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미국 음반시장이 약 12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할 때 애플사의 아이튠보다 시장규모 대비 3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올 초 히트한 가수 테이의 경우 소리바다의 유료 MP3 판매만으로 음원 제작자에 돌아간 돈은 7000만원대로, SKT의 모바일 서비스로 얻은 수익 9000만원대에 그리 뒤지지 않는다.

소리바다의 유료 MP3 파일 판매와 무료 P2P의 결합은 이러한 보상체계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도 낡아빠진 현재의 저작권법을 기준으로 매장시키려 하는 국내 실정이 아쉽기만 하다.

양정환.소리바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