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갈권 당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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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도가 훔친 보석이 수억윈어치」, 「이· 장부부가 주무른 돈이 수천억원」 하는 식의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보다 역시 일반사람들에겐「올림픽복권 1억원」의 이야기가 훨씬 친밀하고 가깝다.
돈의 규모부터가 수천억윈하면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되는 액수인지 잘 가늠이 안되지만 그래도 당첨금 1억원중 세금을 제하고 8천87만5천원하면 어느정도 실감이가며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에게「횡재」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 단돈 5백윈을 투자해 운만 닿으면 1역원을 따낼수가 있는것이다.
또 당첨되는 사람도 하나같이 매일매일 우리주변의 일상에서 얼굴을 맞대고 샅아가는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사람들이다.
올림픽복권이 나오자마자 날개가 돋치고 도대체 이번에는 어면사람이 1억원의 행운을 잡았을까 몹시 궁금해하며 대도나 이· 장사건의 주역들은 부러워하지않아드 복권1등당첨자는 모두들 마음것 부러위하는게 다 이같은이유때문이다.
그러나 점작 이같은 행운의 주인공들의 얼굴은 베일에 가려져왔다. 무슨 잘못을저지른것도 아닌데 정확한 이름은 물론 현주소, 더구나 당첨자의 기쁨에 찬 주점울 잡은 사진등을 공개하는것은 담첨자룰 추첨·발표하는 주댁은행측이나 이를 보도하는 매스컴쪽에서도 철저한 금기사항으로 지켜져왔다.
최근 을림픽복권 1회 l등당첨자는 추험후 2주일이지났는뎨도 아직 나타나지조차 않고있어 스스로 얼굴을가리고있기도하다.
가끔씩 1백만달러의 햅운을 잡고 환희에 차있는 모습믈 클로즈업시긴 사진과함께 자세한 인터뷰기사가 실려들어오는 외신보도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무슨 까닭일까. 무엇이 두려워서 번인도, 복권을 발행하는 측도,이를 보도하는매스컴도 모두들 변죽만 올린채 쉬쉬하는 것일까.
1 억원의 행운을 아직 잡아보지못해 당첨자 본인의 심정을 정확히 해아릴길은없지만혹시신분이알려지면대도 가들까, 혹은 섬가신 부탁들이 쇄도할까 걱정을 할법도 한일이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그만큼우리사희가 아직 건강하고 자신에 차있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아니면 자신의소유재산을 세상에 떳떳이공개하기 꺼리는 고점관념을 아직도 우리 모두가 홀훌 벗어던지지 못하고있다는게 아닐까.
1억원의 행운을 잡은 억세게 재수좋은 사람과의 인터뷰기사를 어느 독자가 보아도 기분이 좋은 훤한 사진과 함께 아무런 거리낌없이 보도할수 있을때 지난해그토록 진통을 겪었던 실명제도 별다른 부작용없이 실시될수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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