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의 공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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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앞으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은 「공영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히고 있다. 토지개발의 공영화는 지금까지의 개발 유형이 주로 초기단계의 공적개인과 사적 개발수행 이라는 형식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데 비해 개발계획의 수립과 집행, 실제 개발과정과 사후관리까지 일관되게 공공기관이 맡는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이른바 토지공개념의 확대로 간주될 수도 있고 공공기관의 역할 증대의 측면으로 볼 수도 있다.
아직은 개발의 공영화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방향이나 기본지침이 밝혀진바 없으나 서울시의 목동·신정동 신시가지 개발계획에서 밝힌 패턴을 그 주된 골자로 본다면 이는 매우 혁신적인 방향 전환이라 하겠다.
우선 이런 류의 개발에 관한 전과정의 공영화는 첫 시도인 만큼 개발의 효율이나 토지이용의 합리화가 민간개발에 비해 얼마나 더 개선될 것인지 매우 주목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런 공영화의 확대가 당면한 토지투기의 억제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어 그 결과 또한 매우 주목되는바 있다.
정부는 이번의 서울 신시가지 개발에 이어 공영화개발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까지 밝히고 있어 앞으로의 대규모 개발은 원칙적으로 이런 류의 개발방식을 채택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지의 공적개발이 갖는 최대의 이점은 무엇보다도 한정된 토지의 최대한 이용과 합리화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주요 국토개발 사업이나 대규모 토지개발 또는 도시계획사업들이 주로 재정난 때문에 민간에 크게 의존하는 반공영화방식으로 추진되면서 토지이용의 제약과 낭비, 편중개발과 지가상승 등 여러 부작용을 빚어온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도시지역개발의 경우 개발부담의 편중이나 개발이익의 배분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갈등과 불 합리가 적지 않았다.
개발의 공영화는 이런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개발방식이 될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런 추론은 공공적 개발의 효율성과 공공정책의 합리성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 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이는 곧 공영화개발의 가장 큰 전제가 시행착오 없는 합리적 개발계획의 수립과 집행이 됨을 의미한다. 민간개발보다 공적개발의 효율성과 합리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이 방식은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개발의 유효성과 합리성은 장기적인 개발목표가 뚜렷하고 타당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재원의 확실한 뒷받침이 있어야 비로소 확보 가능하다. 이 점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회의와 의문의 소지를 남긴다. 지금까지의 개발패턴이 주로 다른 이유 아닌 재원의 한계 때문이었음을 상기한다면 공공성의 확대는 곧 방대한 재정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성패의 열쇠가 됨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점에 관한 장단기의 별도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 공영화의 굴대는 조만간 변질되거나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도 높다.
공 개념의 확대에 따른 사적 소유권과의 마찰문제는 오히려 공영화의 효율이 높아질수록 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재정의 한계로 명실상부한 공영화가 안될 경우 사유재산권의 침해라는 측면이 더욱 강하게 부각될 우려조차 없지 않다.
따라서 토지개발의 공영화확대는 충분한 사전준비가 없는 한 매우 어려운 과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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