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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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제갈공명을 군사(軍師)로 맞이해 극진히 모시자, 관우와 장비는 당시 27세인 공명에게 그토록 머리를 숙일 필요가 있느냐고 반발했다. 유비는 "내가 공명과 함께 지내는 것은 물고기가 물속에 있는 것과 같으니 두 번 다시 이러쿵저러쿵하지 말아주게"라고 말했다.

'임금과 신하의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사이'를 일컫는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지금은 절친한 친구 사이를 말할 때도 쓰인다.

그런데 위의 '끊을래야'는 바른 표기가 아니다.'끊으려야'가 맞다. '끊을래야'는 '끊을라고 해야'가 줄어든 말인데, 여기서 '-ㄹ라고 해야'는 틀린 말이기 때문이다. '-려고 해야'가 바른 표기다.

'-(으)려고'는 어떤 행동을 할 의향이 있음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다. 따라서 끊겠다는 의향을 나타내려면 '끊으려고 해야'로 써야 하는데 이것이 줄어들어 '끊으려야'가 되는 것이다.

"언어와 사고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나 "도저히 먹을래야 먹을 수 없는 음식"에서도 '뗄래야''먹을래야'는 '떼려야''먹으려야'로 써야 한다.

마크 트웨인은 "우정(友情)은 영원한 것이어서 친구가 돈을 꾸러 올 때까지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답니다. 마크 트웨인의 이 비아냥거림을 물리칠 만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여러분에겐 몇명이나 있는지요.

최성우 기자

***5월 14일자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기사 중 '37세인 공명에게'를 '27세인 공명에게'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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