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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만찬자리서 한각료가 7분도쌀 예찬 이박사 "당장백미단수" 지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정부장관들의 일처리는 어떤 방식들이었을까.이대통령시대의 단면을 볼수있는 일화 몇가지를 욺겨본다.
농림 신중목씨의 회고.
『농림장관때 2년의 잇딴 흉년으로 외미를 도입치 않을수 없었다.조사한 결과 6백70만섬을 들여와야 했는데 백두진재무에게 얘기했더니 그런 달러화가 어디 있느냐는 얘기였다.

<〃6할이 굶고있다〃>
그래서 특히 심한 흉작지역이던 창령· 함안등 중부 영남지역을 조사해 농민들의 대용식량이던 풀떡, 백토로 만든 떡등 초근목피의 생활기록부와 나의 사표까지를 함께 써서 대통령에게 가져갔다.막상 선명을 하려니까 눈물이 나와 한동안 말을 못했다.<두해나 거듭된 흉년으로 농민의 6할이 굶주리고 있읍니다>고 내가 직접 둘러본 현지실정올 얘기했다.이박도 손수건을 꺼내붉어진 눈시울을 닦으면서<국민이 먹어야 전쟁도 하지…국민을 못먹이는 국가가 있을수 있는가.> 그러더니 그자리서 백재무장관을 불러 양곡도임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백재무가 의환사정을 설명하면서어렵다고하자, 이박사는<무슨 애기를 하는거야.굶는 국민을 팽개쳐두다니…모자라는 돈은 내가 끌어낼테니 오늘 당장 도입을해>라고해 농림부안대로 6백70만섬을 도입했다. 아마도 정부달러로 식량을 사들인 최초의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농림장관을 지낸 임문환씨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비료수입이 다급했는데 재무부가 반대했다.
이박사에게 가서 호소했더니 비료도입계획을 발표하라는 애기였다. 재무부가 제시한 외환사정을 애기했더니 그건 자네가 상관말고 보유외화전액을 써서 비료를 도입한다고 발표하라는 애기였다.나중에야 알았지만 대통령은 보유외화는한푼도 쑬 생각이 없으면서 짐짓몽땅 사용한다고 엄포를 놓게해놓고 미국측에 압력을 가할 계획이었다.결국 비료는 미원조당국의 주선으로 해결했다』그러나 농정은 언제나 재무쪽과 마찰이었다.
임문환씨의 회고.
『장면씨가 총리로 있던 때의 얘기다. 당시엔 매월 1회씩 국무회의에서 정부 재정상태를 보고하게 되어있었다. 5월에 농림에 취임해서 보니 추곡수매매 추었던 양곡증권의대금결제가 안되고 있었다.그때는 쌀값이 이미 추곡수매때보다 3배나 뛰어 올라 있었는데도…. 더우기양곡증권을 내줄때 세금은 이 증권으로 납부할수 있다고 했는데 일선 세무서에서는 양곡증권을 받지않았다.이런 식으로 지불 기일이지난것도 안주니 매월의 재정보고는 언제나 흑자였다.
하다못해 대통령에게 양곡증권대금결제가 안되고 있다고 했더니,즉시 지출하라는 지시가 내렸다. 그런데도 재무부는 여전히 이를 깔아뭉겠다.얼마가 지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이 일을 챙겼다. 내가 대답을 하려니까 뒤에서 쿡 찌르며 청산되었다고 말하라는 얘기였다.나는 그럴수가 없어 정직하게 아직 돈이 나가지않고 있다고

<농·재정 항상 마찰>했다. 그랬더니 금성수부통령이 일어나더니<작년에 사들인 쌀값을 여태안주고 있다니 그런 행정이 어디있느냐. 이것은 악정이다> 고 했다.
이대통령은 즉시 결제하라고 엄명했고…. 그래서 해결은 되었지만, 장면총리는 각내 일처리 조정엔 거의 손을 안썼다. 내 생각으론 역시「선생님이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요즘도 9분도 쌀 얘기가 있었지만 그 얘기는 정부초기부터의 숙제였던듯하다. 7분도 쌀에 얽힌 임뇽림의 일화.
『양유찬주미대사가 일시 귀국했던50년의 어느날 부산의 임시 경무대에서 양대사 환영을 겸한 각료들의 부부동반 만찬이 있었다. 만찬이라고 하지만 조촐한 저녁식사 자리다. 그나마 현미밥이고….그런데 식사도중 변형태의무장관이 불쑥<7분도 쌀이 고소하고 아주 좋습니다.영양도 많믈테고…그런데 왜 국민들이 싫어하는지 알수 없읍니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은<그렇지. 외무장(대롱령은 비공식자리에서 장관을부를때「관」자를 빼고 불렀다) 말이옳아. 7분도 쌀이 좋다고 생각하는사람 손들어봐>라고 말했다.모두 엉거주츰 손을들었다. 그러자 대통령은 나를 향해<농림장 봤지.이자리에서 결의된거야. 내일 신문에 발표하고 시장에 나온 백미는 당장단속을 하도록해>라고 했다.예기치 못했던 낭패였다.다급한 김에내가 둘러됐다.<춰지는 좋습니다.< p>

<식사중 거수결의>
지금 지방에서 7분도 쌀을 찧고있는데 그게 도회지에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당장 백미를 못팔게 단속을 하면 큰 혼란이 옵니다. 시간여유를 주셔야합니다>고 했다. 나로선 우선 이자리만은 모면을 해야했다.내 실명을 듣더니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유기간을 생각하는듯했다.바로 그럴때 백악준문교장관부인이 손을 번쩍 들더니 <제가 할 얘기가 있읍니다>고 했다.
그러더니<솔직이 말해 백미가 맛이 있지, 7분도 쌀이 어째서 맛이낳습니까. 엄겁결에 저도 손은 들었지만‥·외무장관께서도 그렇게 생각지 않으십니까>고 했다. 그러자 대롱령은<여기도 국회의원 한사람 있구먼.마음은 왼폭에 있으면서 손은 오른쪽을 든단 말이야>라면서 시무룩한 얼굴이었다.그때 한 장관이<주발 대접도 문제입니다.이렇게 공기밥을 먹으면 낭비가 없을텐데 큰 대접 주발에 밥을 담게 되니 먹다 남은건 버리게되지요. 공기밥이 일본식이라지만 쌀절약을 위해서도 그게 좋겠읍니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은<그거 좋은 얘기야. 상공장, 당장 주발과 대접을 못만들도록해. 어때 할수있나>고 채근했다. 그러자 김동상공장관은 서슴없이<네,하겠읍니다>고 했고 대통령은<그럼 됐어.공기밥으로 쌀을 절약하는 거야>라고해 그날의 자리는 넘어갔다.그런데 주발생산 금지령이 될 얘기도 아니었고 상공부에서도 주발생산금지는 고사하고 권장조차 안하고 넘어갔다.
그런 일이 있은 얼마뒤인데 한동석총무처장이 내게 오더니<마누라가날 얕잡아 보는것 같애.나도 당신처럼 집사람을 안데리고 가는건데…>라고 했다.대통령앞에서의 각료들의 체통들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침>
l37회 연재중「전남고흥출신 구흥남의원」은「전남화순출신」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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