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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기행전' 기획 신준범 서산 시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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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산시의회 신준범(41.부석면.사진)의원은 주민들 사이에서 '천수만 사나이'로 불린다.

농촌지역 지방의원 중에서는 드물게 나이가 젊은 그는 겸직을 하지 않은 채 의원 생활에만 전념하면서도 전공(중앙대 경영학과)을 살려 주민과 서산시에 경제적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천수만을 활용해 지역을 홍보하고 돈도 벌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심하던 그는 지난 2001년 몇몇 서산시청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낸 끝에 철새를 소재로 축제를 열자고 시청에 건의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 철새들을 오히려 쫓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된 반대 이유였다.

현대건설로부터 AB지구 간척지를 분양받아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철새가 늘어나면 농사에 피해가 커지고 정부의 각종 규제도 심해질 것"이라며 찬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산시는 반대 집단을 끈질기게 설득, 마침내 2002년부터 철새가 가장 많이 찾아오는 매년 10월말~11월초에 축제를 열고 있다.

시는 이 축제를 열어 지난해에는 3억원의 비용을 들여 260여억원의 직.간접 수익을 올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철새 기행전은 행정자치부 주최로 지난 6월 대전에서 열린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경영혁신 사례 발표대회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신 의원의 유별난 '천수만 사랑'은 자신과 고향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아픈 체험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가 부석중학교 3학년생이던 1980년, 무려 4300만평의 담수호 및 농경지를 탄생시킨 현대건설의 간척사업이 천수만에서 시작됐다.

그러자 양식장 400평을 갖고 있던 신 의원 가족을 비롯, 천수만에서 양식업을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던 대부분의 주민들은 당초에는 간척사업에 찬성했다.

농지가 조성되면 분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대측은 농지를 분양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 대부분의 양식장에 대해서도 무허가란 이유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학생운동에 한창 빠져 있던 대학생이던 그는 87년부터 보상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부석면 피해 어민회 대표를 맡았다. 마침내 어민들은 100여회에 결쳐 집회를 갖는 등 끈질긴 투쟁 끝에 95년 현대측으로부터 보상(1만633가구, 251억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대학 졸업 후 국내 굴지의 H그룹 공채 시험에 응시했던 그는 면접시험을 치른 뒤 최종 결과도 알아보지 않고 낙향했다. 자신이 고향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98년 지방선거에 첫 출마한 그는 충남도내에서 최연소(당시 34세)로 당선된 뒤 2002년 재선됐다.

신의원은 "지역 주민은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맹목적인 환경보존론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수만도 개발과 보존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기업도시나 웰빙레저특구 등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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