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김선우, 투수의 무덤서 첫 완봉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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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김선우(左)가 9회 초 자이언츠의 마지막 타자를 잡고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둔 뒤 포수 J D 클로저와 손을 맞잡으며 환호하고 있다. [덴버 AP=연합뉴스]

김선우(콜로라도 로키스)의 취미는 낚시다. 그는 틈만 나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집 근처 바다로 낚시를 나간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꿈을 낚고, 세월을 낚는다. 그는 "낚시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미국에서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김선우가 25일(한국시간) 지금까지 자신이 낚은 어떤 고기보다 크고 값진 월척을 낚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거둔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지 5년, 109경기(선발 36경기)째 등판에서 걷어올린 대어다. 김선우는 이날 9이닝 동안 3피안타(3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완봉승은 통산 106승을 기록 중인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LA 다저스 시절 두 차례 기록했을 뿐 서재응(뉴욕 메츠)도, 팀 동료 김병현도 경험이 없다. 더구나 이날 상대 타선에는 메이저리그 최고타자 배리 본즈가 버티고 있었다. 또 경기 장소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덴버의 쿠어스필드였다. 그런 어려움을 다 극복하고 완봉승을 거둬 그 의미가 더 컸다.

3회 1사 3루, 8회 무사 1, 2루의 실점 위기가 있었지만 삼진과 범타로 그 위기를 벗어났다. 101개의 투구수가 말해주듯 완벽한 제구력이 완봉승을 만들어냈다. 모든 공이 가운데로 몰리지 않고, 낮게 컨트롤 됐다. 왼쪽 타자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오른쪽 타자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다. 천하의 본즈도 김선우에게 3타수 무안타(유격수 플라이, 중견수 플라이, 2루 땅볼)로 물러섰다.

김선우는 "본즈를 상대하려면 그의 앞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아야 한다. 본즈 앞에 주자가 없으면 맞아도 솔로홈런이다. 그렇게 된다면 편하게 상대할 수 있다"고 전략을 세웠고, 그 전략대로 본즈를 상대했다. 그리고 완벽하게 잡아냈다. 김선우는 타석에서도 내야땅볼로 타점을 올리는 등 팀 승리를 거들며 5연승과 함께 시즌 6승(2패)째를 기록했다.

마지막 타자 J T 스노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는 순간 김선우는 주먹 쥔 오른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동료 모두가 달려와 하이파이브를 했고, 더그아웃에서는 클린트 허들 감독이 진심 어린 포옹으로 맞이했다. 쿠어스필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완봉승. 2001년 10월 1일 존 톰슨(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후 4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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