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기회놓쳐 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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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일합섬경리담당이사 김근조씨(42)의 경찰고문치사사건의 내용이 밝혀졌다.
경찰은 뇌손상으로 실신한 김씨를 약물중독인것으로 잘못알고 병원에서 위세척등으로 시간을 허비, 구조의 기회를 놓친것으로 드러났다.
20일 하오2시쯤 감사원 감사반원 7명이 부산시중구대청동2가802 산장여관3층에 방5개를 얻어 분산투숙했다.
이들은 하오6시쯤 저녁을 주문했고 외부출입은 전혀 없었다. 21일 상오11시쯤 치안본부 김만희경위가 한일합섬 김근조이사·이무걸씨등 2명을 연행, 여관에 있던 감사반원들과 합류했다. 이들은 3층방 10개중 욕실이 없는 311호 (304호는 없음) 를 제외한 방 9개를 모두 예약했고 김이사와 이씨를 307호실에 들게했다. 김경위는 바로 옆방인 308호실에 투숙했다.
3층 객실종업원 박부선씨(43·여)에 따르면 김경위는 호마이카상 2개를 갖다 달라고 해 가져다주며 숙박계를 써달라고 하자 『우리는 치안본부에서 온 사람이니 숙박계를 적지 않아도 된다. 부르지 않으면 3층에는 어느누구도 출입시키지 말라』고 했다.
김경위는 김이사·이씨와 함께 이날 하오1시쯤 점심식사하러 외부로 나갔다가 하오4시쯤 돌아와 307호실에 함께 들어갔다.
김경위는 김이사에게 『한일합섬이 정부의 9·27경제조치로 81년1월 토지개발공사에 넘겼넌 부산역 앞광장 오른쪽에 있는 5백여평의 금싸라기땅을 3개월만에 어떤 경위로 다시 한일합섬 창업주(김한수)의 세째아들 김중광씨 명의로 넘어 갔느냐. 공개입찰인데 어째서 창업주의 두 아들과 당신만이 입찰에 응했느냐. 토개공과 짜고 내정가격에 불하 받은것이 아니냐』며 추궁했다.
김이사가 『토개공과 내통한 사실이 없다』고 계속 부인하자 김경위는 『입찰과정에 사용했던 수표를 추적해봤더니 모두 한일합섬의 수표였다. 다 알고 있으니 바른대로 말하라』 고 윽박 질렀다는것.
김경위는 김이사가 말문을 열지 않자 팬티만 입힌채 발가벗겨 엎드려 뻗치기자세를 시켜놓고 매질을 했다는 것.
하오7시쯤 김경위가 종업원 박씨를 불러 『전깃불(백열등)이 어두우니 밝은 것으로 바꾸어 달라』고 부탁, 전등을 갈아주자 각 방마다 수건이 2장씩 있는데도 별도로 2장을 더 요구했다. 그후 22일 상오 4시까지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22일 상오4시쯤 3층복도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경위가 실신상태인 김이사를 업고 다급하게 2층 프런트로 내려왔다(당시 이씨로 보이는 남자가 김이사를 부축하고 있었다).
김경위는 종업원 방문을 두드리며 현관문을 열게한 뒤 종업원 박씨에게 『이 근처에서 가까운 병원이 어디냐』고 물어 부산의대부속병원이라고 가르쳐주었다.
김경위 일행이 상오4시10분쯤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 당직의사에 신분을 밝혔다. 이때 김이사의 호주머니에서 신경안정제 한알이 나오자 김경위는 김이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약물에 중독된것 같다. 이 사람이 귀중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 전문의들을 비상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병원측은 3, 4시간동안 위세척만하다 치료효과가 없자 뒤늦게 X레이를 찍고 뇌출혈로 진단, 뇌수술을 했다는것.
김이사는 뇌에서 1백20㏄가량의 출혈을 했는데 가족들은 제때에 치료를 했더라면 소생할수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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