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은퇴 팁] 저금리일수록 몸값 뛰는 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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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을미년 새해가 시작됐다. 개인 자산상태를 점검하면서 올 한해의 재무설계 밑그림을 그려야 할 시점이다. 달라진 경제와 시장 상황에 따라 가계의 자산운용 방식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아무래도 자산의 연금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연금 자체는 그렇게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받을 돈을 찔끔 찔끔 받는 것보다는 나중에야 어찌되든 일시금을 한번에 챙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인간은 미래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만 하더라도 2000년대 이전엔 연금선택 비율이 50% 채 안됐다.

연금은 미래의 현금이다. 미래의 현금을 현 시점의 가치, 즉 현재가치로 바꾸는 것을 '할인한다'고 하고, 이때 적용되는 것이 이자율이다. 이자율이 낮을수록 할인폭도 작아지며 미래 현금의 현재가치는 올라간다. 저금리 시대엔 연금의 현재가치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건 그래서다. 2000년대 들어 공무원 연금의 연금선택 비율이 90%이상으로 갑자기 높아진 것은 금리의 하락추세와 관련이 깊다.

저금리말고도 연금 선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변수는 많다. 무엇보다 소득에 대한 관점이 변하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 조기퇴직 등 고용환경 변화와 평균 수명 증가는 소득의 크기보다는 평생 현금흐름을 더 중요시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연금은 갈수록 귀한신 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초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고 저성장으로 고용불안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자꾸 늘어나는 장수시대엔 연금처럼 평생 돈의 흐름이 마르지 않는 자산을 으뜸으로 친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연금재원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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