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들어 잠깐만 하늘을 보세요, 재밌는 남자가 보여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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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거주하는 아티스트 토마스 라마듀(Thomas Lamadieu)의 캔버스는 ‘하늘’이다. 그중에서도 아래서 올려다봤을 때 건물들에 둘러싸여 갇힌 것처럼 보이는 하늘이 라마듀가 최적으로 생각하는 ‘하늘 캔버스’다.

이 하늘은 실제 캔버스처럼 완전한 사각형인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라마듀의 그림은 언제나 건물 모양과 배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모양을 갖는다.

라마듀는 눈길을 끄는 모양의 하늘을 찾으면 어안렌즈로 이를 촬영한 뒤 컴퓨터로 옮긴다. 이후 사진 속 하늘에 사람, 동물 등의 그림을 그린다.

특히 턱수염과 콧수염을 기르고 혀를 내밀며 ‘메롱’ 하고 있는 남자를 자주 그리는데 표정이 우스꽝스러워 보는 이들도 즐거워 한다.

드물지만 라마듀가 하늘이 아닌 건물 벽면에 그림을 그릴 때도 있다. 건물 벽에 엉덩이를 대고 건물 벽과 90도 각도로 앉아 있는 사람의 그림이다. 건물 벽이 순식간에 엉덩이 밑에 깔리는 바닥으로 뒤집히는 순간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의 하늘도 그의 캔버스가 됐다. 전시회 때문에 한국을 찾았던 라마듀는 한국 하늘에 예의 그 콧수염 남자와 고양이를 그려 넣었다. 하늘색 줄무늬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남자는 책을 든 채 역시나 ‘메롱’ 하고, 그 발치에 앉은 고양이는 ‘씩’ 웃는 그림이다. 건물에는 ‘은혜종합악기’ ‘렛츠고 5080 라이브’ ‘동암고시원’ 등의 한국어 간판이 걸려있다.

라마듀는 이런 '하늘 예술'을 시작한 이유를 “쓸모없어 보이는 도시의 빈 하늘 공간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라마듀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pages/Thomas-Lamadieu-aka-Roots-Art-Photographie/)에 방문하면 더 많은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조은비 온라인 중앙일보 인턴기자
ceb9375@joongang.co.kr
[사진 토마스 라마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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