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안개속 시계는 「제로」|막바지까지도 "설"만 무성… 민정당직· 국회요직 개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원로전면」의 과도체제 추측이 현재로는 유력 "총선대비 위한 것이라면 그럴 필요 있나"는 측도
무성한 「설」 가운데 민정당의 당직 및 국회요직 개편은 내주로 예상되는 발표를 앞두고 막바지까지 혼미한 추측들로 들끓고 있다. 정내혁 국회의장과 이재형 대표위원의 퇴진이 확실한 가운데 관심은 이제 후임자가 누구냐는 것. 「당내기용」 「중직은 지역구우선」 「지역안배」 등 몇가지 인선기준만 나을뿐 후임물망에 대해서는『오직 한분만이 아는 일』이라는 말외의 당간부들은 말이 없다.

<알려진건 인선기준뿐>
○…개편을 정치는 여러 「설」들을 분석하면 대개 두가지 흐름이다.
하나는 국회의장· 대표위원· 국회부의장· 당중앙위의장등의 상층부자리에는 다소 명망 있는 원로 또는 중진을 기용해 국회와 당의「모양」을 갖추되 사무총장· 원내총무등 핵심당직에는 현체제의 주도 멤버들을 기용해 이들이 실질적으로 국회와 당을 끌고가게 한다는 논리다. 말하자면 대개 육사출신들인 주도 멤버들이 아직은 상층부에 바로 들어가기보다는 과도적 조치로 노장도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
상층부자리에 윤길중(66·4선) 채문직(58·4선) 진의종(61· 3선) 왕상은 (63· 초선)의원등이 부상되고 권익현 사무총장· 이종찬 원내총무의 유임등이 거론되는 것은 이 논리에따 른 것이다.
반면 이런 과도기를 절정할 필요가 없다는 다른 하나의 흐름도 있다.
최근 이 대표의 도일로 잠시 잠잠했던 상태를 다시 뒤흔든 권익현 대표위원· 이종찬 사무총장세이 그것.
이 새로운 설의 배경은 이번 요직개편이 사실상 85년 총선거를 치를 진용을 짜야하고, 총재의 친정체게를 명실상부하게 강화하려면 굳이「모양」을 위한 상층부 구성이 필요없지 않느냐는 것.
말하자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바로 책임있는 자리에 앉히는 것이 당의 기능을 보다 활성화하고 이게 그럴때도 됐다는 논리다.
영입해온 이 대표와 개혁주도세력간에 한때 보였던 갈등 같은 현상도 재발되지않고 85년에 겪을 당체제 변화에 스무드하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주도멤버가 바로 전면에 나서야한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되고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권 총장· 이 총무는 물론 권정달 전사무총장과 그밖의 몇몇 인사들의 중용이 예상되고, 그렇게 된다면 군출신의 부상이 특징이 될 것이다.
민정당이 이 두 코스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고 절충식이 될 가능성도 물론 있다.
다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과도기를 두는 쪽의 가능성이 더 짙게 점쳐지고 있다. △상층부에 노장층을 두더라도 사무총장· 총무가 국회· 당을 얼마든지 컨트롤 할 수 있고 △당의 국민 정당적 이미지를 아직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등이 있기 때문. 현재 당의 핵심간부들도 자신들의 자리가 옮겨지지 않는 이 방식쪽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단언하고있다.

<국회요직 야관계 고려>
○…특히 국회의장 자리만은 어떤 경우에든 명성있는 노장이 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런 점에서 윤길중· 채문직 의원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윤 의원의 경우 과거 진보당 간사장을 지낸 경력때문에 당 대표위원으로서는 적합치 않으나 IPU총회나 의원외교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채 국회부의장은 국회의장 물망뿐 아니라 과거 신민당출신이라는 점에서 유치송 민한· 김종철 국민당총재의 카운터파트역할을 하는 대표의원자리에 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있다.
이들 두사람의 등장설과 함께 민정당이 오는 29일 전당대회의 사회를 맡을 의장에 채 부의장을, 부의장에 윤 의원을 내정해놓고 있어 한때 주목을 받았으나 그 내정이 큰 뜻은 없다는게 당직자들의 해명.
이들이 전당대회의장단에 내정된 것은 창당발기인 15명중 남아있는 원내노장층이기 때문이며 윤 의원이 대회부의장에 내정된 것은 현재 평의원이기 때문이지 채 부의장과의 서열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필요하다면 전당대회의장단의 내정구상을 언제고 바꿀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부의장· 중앙위의장· 정책위의장에는 진의종 정책위의장, 왕상은 중앙위의장, 권정달 의원등이 물망에 오르고있는데 지역안배등이 고려될 것 같다. 이번에 일선 복귀가 확실한 권정달 의원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정무장관등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그 소문은 다분히「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스스로 암시한 퇴진설>
○…민정당은 인사개편을 둘러싸고 일어난 갖가지 설의 난무, 이 대표의 「자살· 타살」 「힘께나 쓰는 사람」등의 발언등으로 당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
권 총장은 『추측보도가 마치 민정당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며『당총재가 결정할 일을 아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민정당이 흔들린 적도 없다』 고 못 마땅한 표정.
또 일부의원들은 『유가인하, 부동산투기억제책, 수입개방정책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문제가 산적해 있는 관에 온통 당내관심이 인사에만 쏠려 있는 것 같으니 국민들이 민정당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고 걱정하면서 조속한 인사단행을 희망.
이 대표의 사의표명문제에 대해서는 『제일먼저 얘기한 것이 이 대표자신이었다』 고 한 당직자는 건했는데 지난1일 3당 대표가 P호텔에서 만났을때 이 대표가 『이런 모임은 이번이 끝』이라고 말했고, 그 말을 김종철 국민당총재가 대외에 발설했다는 것. 또 이 대표는 가족이나 측근에게도 금년들어 넌지시 자신의 퇴진가능성을 암시하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전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