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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과 대안 : 여성징병제 논란

여성 병역, 이렇게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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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군이 여성 징병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그렇다고 일부에서 제기되는 요구를 깡그리 무시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모병제가 되면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그 전에라도 여성이 남성과 비슷한 조건으로 군대에 갈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군 당국은 당장 여성을 징집하더라도 군에서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남성 병역자원이 2010년까지는 남아돈다. 2020년이 되면 저출산에 따라 병역자원이 부족해지지만 국방개혁이 계획대로 된다면 병력 규모가 현재 68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줄어 병역자원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여성 징병제를 운영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병역자원의 절대적인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국방연구원 정주성 박사는 "한국에서 여성 징집 논의는 병역자원 부족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국방 의무와 취업 기회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여성 징병제보다는 제한적인 지원병제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이 유급지원병제를 확대할 때쯤 여성 지원병을 유급 형식으로 일부 특기병에 대해 도입하는 방안이다. 유급지원병은 일반병보다 많은 급여를 받고 특수한 분야에 근무하는 병역제도로 모병제에 앞서 시범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여성이 일단 사병으로 지원입대한 뒤 계속 근무를 원하면 부사관으로 진급시키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다. 독일의 경우가 그렇다. 대신 남자 사병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 여성 부사관 업무도 여성 사병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여군의 업무 분야도 지금처럼 비서직 위주에서 경리.전산.정보.통신.정훈.부관.의정.경리.간호.보급을 비롯한 첨단무기 분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면 군 당국도 여성 사병을 제한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시설 개조 등 준비를 해야 한다. 여성의 사병 입대가 허용되면 병영의 딱딱한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근무환경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지원병제의 도입은 여성 취업의 문을 확대하고 국방의무와 관련된 남녀 불평등 문제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바로잡습니다

9월 22일자 32, 33면 '여성 징병제 논란' 토론 내용 중 여성 부사관 수를 3만7000명이라고 말한 부분은 사실과 달라 바로잡습니다. 전 군의 여성 부사관은 1700여 명이며, 비서직 위주가 아니라 2003년부터는 다양한 병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