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패 끊고 눈시울 붉힌 이성희 KGC 감독

중앙일보

입력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 이성희(48)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은 감동이 지워지지 않아서였다.

KGC인삼공사는 3일 평택 이충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4라운드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3-0(25-20 25-23 25-22)로 승리했다. 인삼공사는 이날 경기 승리로 12연패에서 벗어나며 시즌 3승째(14패·승점12)를 거뒀다.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 나선 이 감독은 '무엇이 제일 기쁘냐'는 질문에 "다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니까…"라고 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10연패를 탈출한 남자부 우리카드 강만수 감독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이날 이 감독은 독하게 마음을 먹고 경기에 나섰다. 외국인선수 조이스에게 공을 몰아주면서 마지막까지 GS칼텍스를 몰아쳤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조이스의 활약이 어우러져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삼공사는 2년 전에도 15연패의 악몽을 겪은 적이 있다. 이 감독은 "냉정해지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솔직히 2년 전보다 지금 승리가 더 벅차다. 그때는 외국인선수가 없기도 했고 기량도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기량이 더 좋고,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는데 결과가 나지 않아 감독도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감독은 "2세트 끝난 뒤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런 표정을 처음 봤다. '이 분위기 살리고 공에 대한 집중력을 가지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인삼공사는 올 시즌 경기를 잘 풀어가다가도 뒷심 부족으로 놓친 경기가 많았다. 지난달 28일 대전 GS칼텍스전에서 5세트에서 7-2로 앞서다 역전패한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날도 3세트 막판 23-19에서 3점을 연달아 내주며 한 점차까지 쫓기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또 시작이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3세트를 놓치면 2-3으로 질 수 있었는데 잘 마무리했다. GS칼텍스 외국인 선수가 쎄라에서 에커맨으로 교체되는 등 운도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감독은 먼저 두 세트를 내준 뒤 조이스를 한송이-배유나로 블로킹하기 위해 로테이션을 바꾸는 등 변화를 줬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는 "인삼공사 기분을 맞춰주는 배구를 했다. 서브 범실이 많았고 리시브도 흔들렸다. 외국인선수 에커맨도 손을 맞춘지 2~3일 밖에 되지 않아 호흡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 처음이자 4라운드 첫 경기고, 평택에서 마지막 경기였는데 놓쳤다. 이숙자 해설위원의 은퇴식에 승리를 선물하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평택=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