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김정희·박지원의 책장엔 무슨 책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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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문학동네
320쪽, 1만7000원

지식인라면 그 면모를 짐작하는데 서재만큼 좋은 실마리도 없다. 한학자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10대 시절부터 고서점을 들락거린 저자는 서재를 모티브로 삼아 정조 이후의 조선시대 지식인 24명의 지적 세계를 꿰뚫는다. ‘홍재(弘齋)’라는 호를 자신의 서재에 판액으로 내걸었던 정조를 비롯해 담헌(湛軒) 홍대용, 연암(燕巖) 박지원, 여유당(與猶堂) 정약용, 완당(阮堂) 김정희 등은 아예 그 호가 서재의 이름이기도 했다.

이들은 책을 모으고 읽고 쓰는 것을 즐겼음은 물론이지만 그렇다고 서재에만 갇힌 백면서생은 결코 아니었다. 사람마다 옛 글에 전해오는 여러 에피소드를 곁들여 혹은 해학적이고 혹은 호방한 그 캐릭터까지 짐작하게 하는 점이 재미있다. 당대의 출판문화, 나아가 장서문화에 대한 풍부한 설명도 흥미롭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책을 아끼던 이들이 있는가 하면 호화로운 건물로 ‘가성각(嘉聲閣)’이라는 서재를 지어 무려 4만 권의 장서를 모았던 심상규 같은 지식인도 등장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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