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한 간첩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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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입북, 2년간 평양에서 간첩밀봉교육을 받고 잠입, 암약중이던 간첩단 3명과 재일 북괴공작원에게 포섭되어 6년간 일본과 국내를 내왕하며 암약해온 간첩 등 2개 간첩망의 적발은 다시금 북괴의 집요한 책략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번 검거된 간첩들은 그 활동목표를 미군부대로 삼고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간첩단의 하나는 오산에 있는 미군부대주변에 거점을 만들려다 걸려들었으며 다른 간첩단은 동두천에 있는 미군부대를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다 적발되었다.
과거 입북간첩에게 1∼2개월의 단기교육만을 시키고 간첩으로 써먹던 북괴가 2년간의 장기교육을 통해 정규군과 같은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은 유사시 무장게릴라활동을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괴가 또 간첩에게 암호·난수의 자체조립, 해독방법 등 이른바 「두뇌난수」방식의 통신교육을 강화하는 등 간첩수법을 한층 고도화하고 있는 것도 각별히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뿐더러 북괴는 특별한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꾸려가도록 직업교육을 시키고 있음이 이번 간첩단 적발을 통해 드러났다.
이러한 몇 가지 정황은 북괴의 대남 침투방식이 과거보다 훨씬 악랄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소위 「결정적인 시기」에 대비해서 한결 고도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사회라서 북괴의 내부사정은 상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김일성-김정일의 세습왕조체제의 강행으로 심상치 않은 기류에 휩싸여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여기서 생긴 권력층 내부의 불만은 물론 만성적인 경제침체로 주민들의 불평불만의 소리는 차츰 높아가고 있으며 국제외교문제에서도 날이 갈수록 열세에 몰리고 있음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내외적 곤경이 가중되면 될수록 주민의 눈을 돌리기 위해 엉뚱한 불장난을 저지를 가능성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지난달 미그 19기를 몰고 귀순한 전 북괴공군대위 이웅평씨가 『북괴는 10만명에 달하는 특수부대를 이용, 한국전지역에 기습 침투해서 전방과 후방이 없는 동시입체전을 기도하고 있다』고 한 말은 그런 각도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이씨는 또 『북괴군은 작년 4월15일 지하갱도와 각종진지공사를 끝냈고 전쟁발발 시 탱크와 자동차가 부산까지 내려갈 수 있는 시간계획까지 짜놓고 있으며, 북한 각도에는 전쟁시 사용할 수혈처를 설치, 혈액을 저장하고 있다』고 폭로한바있다.
북괴가 입으로는 평화통일 운운하면서도 우리 쪽의 성의를 다한 대화제의를 외면하고있는 것은 적화통일의 미망때문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전쟁준비를 모두 끝낸 북괴가 적화통일의 목표를 이룩하려 생각해낼 수 있는 꾀란 뻔하다. 선량한 국민의 얼굴을 한 간첩들을 많이 우리사회에 숨겨두었다가 유사시에 활약시키는 일이 그것이다.
이번 검거된 간첩들도 하나는 양복점주인, 하나는 나이트클럽 경영자란 선량한 소시민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간첩들은 활발한 간첩활동보다 안전한 장기매복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므로 당국은 물론 국민들의 대공경각심은 한 때나마 해이해져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 정부가 하나가 되는 일이다. 자유인의 성숙한 정신자세만이 이들의 흉계를 예방하는 길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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