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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설립자에 돌아가는 선인학원|64억들여 각종시설을 개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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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학생부정입학과 공금횡령 등으로 학교운영권이 관선이사진에 넘어갔던 선인학원(인천시도화동235).
대학·고교·중학·국민학교와 유치원 등 14개학교가 오는 12일 이사회를 계기로 2년만에 다시 설립자 백인엽씨(61)에게 되돌아간다.
곧 새로 구성될 정이사회에도 설립자가 직접참여는 않지만 문교부와 설립자측이 각4명씩 추천하는 이사회에서 이사장과 인천대학장은 설립자측이 추천, 실질운영권행사를 맡도록돼있다. 이는 학원운영이 정상화됐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상화 작업을 맡은 관선이사진은 그동안 편입학부정의 소지를 없애고 무자격 교원을 정리하는 등 학사부조리를 일소했고 뼈대만 웅장하게 서있는 건물에 화장실을 설치하고 25만평캠퍼스에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는 등 교육 여건조성작업을 벌였다.
신기석임시이사장(75·전부산대총장) 은 『체육관을 제외한 14개학교건물 6만여평이 모두 시설기준을 갖추지못한 무허가 건물입니다. 2년간 64억원을 들여 지금 준공검사를 신청해놓고 있습니다.』면서 『학원운영정상화란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사학은 사재가 아니라 공익기관이란 정신이 얼마만큼 그동안 심어졌는지의 문제입니다』고 했다.
신이사장은『정상화한 모든행위를 법령에맞추고, 1천여교직원과 4만여학생이 법에따라 움직여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해나가자는 것이었다』면서 『그과정에서 관선이사회는 임시관리나 하다가 물러갈것이지 무엇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에 손을대느냐, 돈도없는데 시설공사는 왜하느냐는 소리가 들려와 괴로움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달15일 준공한 2천3백78평규모의 학생회관을 신축할때 관선이사회는 또한번 거센반발을 받아야했다. 설립자가 짓다만 대학원건물을 이끼가낀채 바로옆에 방치해놓고 각종 복지시설을 갖춘 호화건물한채를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며 밤낮을 가리지 앉고 불도저로 산을깎고 구릉을 메우며 벽돌을 쌓아올리던 설립자측으로서는 못마땅했을것도 당연하다.
『학교는 학생의 보금자리여야합니다. 학생을위한 투자를 아껴서야 되겠습니까.』 인천대 김민하학장은 대학의 면학기풍조성과 「격랑」의 상처로 저하된 학생사기진작에 전력투구,학내분위기가 일신됐다고했다. 25명의 박사학위소지교수를 신규채용 했고, 평화통일연구소·스포츠과학연구소 등 6개의 연구소를 신설했으며 미테네시대·서독킬대 등 과학술교류의 길을 트는 등 이제 대학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는것이다.
무엇보다 관선체제에서 밖으로 드러난 선인학원의 활동은 인천대축구부였다.
82년 창단첫해에 무명선수로 구성된 인천대축구팀은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준우승을 했고 연말 인도국제축구대회에서는 당당히 우승, 선인가족의 사기를 드높여 주었다.
외형보다는 내용에 충실한 2년동안, 이같은 학생활동은 각분야에서 일어났고, 선인학원에 자녀를 보내지않겠다던 인천시민들의 인식이 완전히 바꿔졌다고 학교측은 자랑했다. 선인고 임공순교장 (43)은 『83학년도 대학입학학력고사에서는 이학교 서영석군(19)이 자연계전국수석 (3백34점)을 했을뿐아니라 10명이내였던 서울대합격자가 20명으로 늘어 학생들의 사기가 천충하다』고 했다.
이제 그자리에서 2년동안 떠나있던 설립자의 운영권행사가 시작된다. 그동안 실형인 백선엽씨(63)가 관선이사로 참여하긴했지만 일체의 발언권행사는 물론, 학원근처에 얼굴도 내밀지 앉았던 설립자 백인엽씨가 새체제 출범과함께 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그가 타고다니며 공사인부를 독려하던 번호없는 지프나 불도저는 그동안 폐기처분돼 고물로 팔려버렸고 그와 싸우던 학교구내 주민들만 그대로 버티고 신경을 곤두세우고있다.
운동장 한가운데서 옛집을 그대로 지키고있는 유선분할머니(78)는 『그만큼 명예에 먹칠을 했으며 반성했겠지요. 백인엽씨가 반성하지않는한 나는 이집에서 떠나지않을거요』라고했다. 또다시 흙더미를 벽에다 밀어붙인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않겠다는 유할머니는 이집에서 63년을 살아왔는데 어떻게 쫓겨나갈수가 있느냐고했다.
새로지은 학생회관에 들렀다나오던 이석환군(23·인천대3년)은 『삭막했던 학교가 따뜻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은 모르겠고 학장님이 좋은분이었으면 합니다』고 했다.김영주양(20·인천대2년)은 『설립자가 나쁜일을 했다지만 그건다 학교를 위한일 아니었겠습니까. 빨리 돌아와 웅대한 선인건설의 마스터플랜을 펼쳐 보여야지요』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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