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손목잡고 "자고 가라"고 했는데…대법 "성추행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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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가 자신의 집을 방문한 여직원의 손목을 잡고 “자고 가라”고 한 것만으로는 성추행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부하 여직원에게 “자고 가라”고 한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로 불구속 기소된 A(61)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강원도 정선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1년 6월 집기를 전달하러 자신의 집을 찾은 부하 여직원 B(51)씨에게 “잠시 들어왔다 가라”고 말했다. 집에 들어간 B씨에게 캔맥주와 담배를 권하며“이렇게 해야 친해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색해하던 B씨가 “가보겠다”며 일어서자 A씨는 오른쪽 손목을 잡아 당기며 “자고 가요”라고 했다.

1심과 2심은 A씨 이런 행동이 “업무상 자신의 감독을 받는 직원을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접촉한 손목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고 하기 어렵고 쓰다듬거나 안으려는 등의 성적으로 의미가 있는 행동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며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또 “ ‘자고 가라’는 A씨의 말이 희롱일 수는 있지만,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추행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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