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중앙신인문학상] 소설 당선 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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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976년 서울 출생
▶99년 연세대
▶영문과 졸업

뜻밖의 일에 부끄러울 따름이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감히 꿈을 품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글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 매일의 일상을 흐트러짐 없이 살아가는 일도 지금 내게는 너무나 어렵다.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울 때까지 과분한 꿈을 떠올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바로 그 순간, 꿈이 갑작스레 건네준 작은 위로에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다. 언제나 외롭지만 강건하셨던 우리 어머니께, 나를 참아주고 지금까지 곁에 있어준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좋은 글을 보여드리고 싶다. 재능 없는 내게 시작할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물에 들어가지도 않으려 사리던 맨몸을 찬물에 밀어 넣어 주셨던 이응준 선생님, 내게는 너무도 초라하고 가난했던 그 가을과 겨울, 짧은 소설 수업을 함께 들었던 글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오만해지려 할 때마다, 내 글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잊으려 할 때마다, 다시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그 촛불 같은 시간을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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