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8시간 만에 "의미있게 받아들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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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간 대화 및 교류에 대해 진전된 자세를 보인 데 대해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발표한 ‘북한 신년사 관련 정부 입장’에서다. 정부는 “분단 70년의 최대 비극인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오늘(1일) 북한이 제기한 최고위급 회담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관심사항에 대해 실질적이고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 본다. 이러한 입장에서 우리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 간 대화가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8시간 만의 최종 입장이었다. 정부는 이날 두 번의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10시쯤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 발표가 끝난 뒤 입장 발표를 미루고 분석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홍원 국무총리와 장·차관, 청와대 참모진 등과 함께 현충원을 참배한 뒤 조찬을 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가 모두 청와대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NSC 회의체를 통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곤 오후 3시 통일부를 통해 첫 번째 발표 자료를 배포했다. “전년도에 비해 남북관계에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을 평가한다”면서도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우리가 제안한 대화에 조속히 호응하기 바란다”는 방어적 내용이었다. 류 장관이 통일준비위 차원에서 제안한 남북 당국 간 대화에 먼저 응하라고 촉구하면서 북한에 공을 넘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 시간이 더 흐른 뒤인 오후 6시15분쯤 류 장관이 직접 나와 “의미있게 받아들인다”는 두 번째 발표를 했다. 류 장관은 “(북한의 제의를) 환영한다는 의미”라고도 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1차 발표 후 보다 전향적으로 평가하는 정부 반응이 나온 건 박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권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올해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전환점을 만들길 소망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정상회담까지 열어둔 데 주목한다”며 “한반도 평화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하도록 남북 양측 당국은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5월께 방북 예정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이날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김 위원장이 남북 최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고 전하자 “그럼 우리(정부)도 뭐라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허진·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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