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015년, 소득 4만 달러 도약 위한 골든타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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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올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는 일’을 첫 손가락에 꼽고 “어렵게 살려낸 경제회복의 불꽃을 살려내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했다. 장기침체로 활력을 잃은 경제의 성장엔진을 재가동해 저성장의 벽을 돌파하고 선진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다짐이다. 올해를 한국 경제 회생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고 지속 가능한 안정 성장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절박한 각오다. 우리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현실 인식과 경제 회생 의지에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경제 회생이 각오와 다짐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러기엔 올해 한국 경제 앞에 놓인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경제는 저출산과 저효율, 고령화와 고비용이란 2저(低)-2고(高)의 고질병에 걸렸다. 여기다 오랜 경기침체로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고 재도약의 의욕마저 가물가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회생하려면 경기를 살리면서 동시에 경제체질을 확 뜯어고치는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였던 4.0%보다 약간 낮은 3.8%로 고쳐 잡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외 예측 기관들은 이보다 낮은 3%대 중반을 예상한다. 그나마 대외경제 여건이 더 악화되고 국내의 경기대책과 구조개혁이 실패하면 3% 달성도 어렵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악의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 세계경제는 미국의 경기회복을 제외하곤 온통 악재투성이다. 톰슨로이터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가 하락으로 인한 러시아의 위기,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유로존의 위기 재발 등을 세계경제의 위험 요소로 꼽았다. 하나같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인 위협 요인들이다. 유가 하락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단기적으론 물가를 끌어내려 디플레이션 압력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경제의 활력을 살리고 구조개혁을 밀어붙이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룰 수도 없다. 지금 재도약의 탄력을 잃으면 경제의 체력도 떨어지고 체질도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 활성화 대책을 추진해온 데 이어 올해는 전면적인 구조개혁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미 공공기관과 노동시장의 개혁작업이 시작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굴하지 않는 지도자의 개혁 의지와 유능한 숙수의 정교한 손놀림이다. 지도자의 의지가 꺾이면 구조개혁은 애초부터 물 건너갈 수밖에 없고 개혁작업을 정교한 수순에 따라 추진하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올해는 정치일정에서 자유로운 구조개혁의 마지막 기회이자 그 성패에 따라 경제 회생 여부가 갈리는 운명의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