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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강정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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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이문동 B개구리집.
40대를 갓넘은 남녀 10여명이 어울려 개구리 튀김을 즐기고 있다. 서울근교 마석에서 잡혀온 개구리 10마리가 1인분(2천5백원)이 되어 식탁에 오른다. 팔딱 팔딱 뛰는 개구리를 끓는 물 속에 넣으면 사지가 파르르 떨면서 단번에 죽는다. 익힌 개구리가 기름에 다시 튀겨져 즉석요리상에 오르는 것이다. 최근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동면개구리 요리」.
몸이 허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정중인씨(41·N신발 대리점)는 『친구들과 함께 청평유원지에 갔다가 개구리 맛을 처음 본후 잔인한 생각도 들었으나 차츰 먹다보니 얕은맛이 그저 그만』이라며 맛소금에 개구리 뒷다리를 찍어먹는다.
서울근교 청평·벽암 등지에 나가면 개구리집 간판을 쉽게 볼 수 있고 주말이면 독특한 강정식을 찾는 도락가들의 자가용행렬이 줄을 잇는다.
개구리요리는 알을 밴 암놈이 가장 좋고 요리 가지수만도 튀김·탕·완자 등 7가지. 동면하러 바위틈에 들어갔던 개구리가 서울손님들의 정력용으로 마구 끌려나오고 있는 것.
주말인 지난 19일 상오 9시. 서울을지로3가 「중탕 가공 H보신원」에 인근 D물산의 40대 초반 직원 2명이 들어와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약병을 찾는다. 여자종업원이 진열장 속에 보관해둔 지렁이를 끓여 달인 사룡탕 병을 날라다 주자 노란색 에키스를 한 컵씩 가득히 따라 단숨에 마신다.
김진석씨(42) 등은 아침마다 이곳을 찾는 단골고객. 다방의 모닝코피 대신 우선 이곳에 들러 토룡탕부터 한잔씩 마시고 일을 시작한다.
단골고객들은 15일분 토룡탕(6만원)을 양주병에 담아 보관해 두었다가 아침·저녁으로 애음하고 있는 것.
김씨는 『처음엔 징그러운 기분도 들었으나 워낙 정력에 좋다는 말에 마시는 게 일과처럼 됐다』며 『코피를 마시는 것보다 현명하지 앓느냐』고 반문한다.

<아침마다 차 마시듯>
토룡탕-지렁이에 밤·대추·생강·들깨 또는 한약재 등을 항아리 속에 넣고 밀가루로 봉한 다음 가마솥에 끓여 원심분리기로 참기를 짜듯 진액만 뽑아낸 것.
전통적인 정력제라는 뱀탕과 개소주·흑염소중탕에 이어 2, 3년전부터 새로운 인기를 끌기 시작한 토룡탕 붐으로 서울근교와 인천 등지에 지렁이양식 비닐하우스가 군데군데 생겨나 복부인들의 새로운 투기대상이 되기도 했다.
토룡탕은 이제 「토룡정」「토룡환」 등으로 편하게 먹을 수 있게끔 엑기스 봉제로 개발돼 팔리고 있으며 외판사원들이 가정이나 직장을 방문. 선전에 열을 울리고 있다.
우리주변에 정력과 보신, 성인병치료에 관심이 몰리면서 뱀·자라·지렁이·멧돼지·고양이·지네·개구리·개·흑염소와 심지어 산모의 태반까지 먹는 몬도가네식 음식이 각광을 받고있다.
최근에는 암과 간염에 효험이 기막히다는 제주도 초가집 지붕 속의 굼벵이와 1백년 이상 된 고가의 기와에서 자라는 풀(와송)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인사동 S골동품상 주인 오인환씨(48)는 종업원 보다 일찍 출근해 몰래 코피포트에 꿈틀거리는 굼벵이 50마리(1컵 분량)를 넣어 1시간정도 달여 마신다.
간염치료를 위해 3년전부터 대학병원 등 곳곳을 해매며 별의별 명약을 다 써봤다는 오씨는 두달전 『굼벵이가 간염에 좋다』는 친구의 귀뜀으로 복용하게 된 것.
굼벵이는 풍뎅이나 매미의 애벌레(길이4∼10m)로 초가 지붕 속에 집단으로 번식하고 있다.
굼벵이는 1근에 2만∼3만원. 제주도초가 띠 속에서 자란 것이 효험이 가장 좋다는 소문이 나돌자 요즘은 비행기편에 실려와 날개돋친듯 애용되고 있다.
서울삼 각동 M몬도가네 뱀탕집. 재래종 뱀은 한물 가고 태국산 수입 코브라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8일 낮2시쯤 이명호씨(46·중고자동차판매상)는 길이 2m짜리 코브라를 10만원에 복용했다. 종업원이 즉석에서 가위로 목을 잘라 받아준 피(컵⅓분량)를 마시고 간을 기름에 튀겨먹었다. 나머지는 압력솥에 40분간 끓인 탕을 하루에 한잔씩 마시고 있다.
코브라는 재래종 뱀 가운데 독성이 가장 강하다는 칠점사 보다 독기가 15배가 넘어 절륜한 정력으로 회춘과 간염에 좋고 만병통치란 소문이 나돌면서 손님들은 수입코브라만 찾는다는 것.
D무역이사 김모씨(49)는『아내는 에어로빅댄스다, 수영강습이다 해서 날로 젊어지는데 나도 보조를 맞추기 위해 코브라를 먹는다』고했다. 코브라탕주인 이삼봉씨(36)는 『코브라가 피부에도 좋다는 바람에 요즘은 귀부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와지붕위의 풀도>
10여년 전부터 인기를 끌어온 개소주와 흑염소 중탕집에 고양이탕 고객이 더 많이 몰리고있다.
가격은 개소주·흑염소보다 약간 싼 7만원선. 관절염과 신경통 치료용으로, 갱년기에 들어선 주부들이 주로 찾는다. 지난 6일 서올 신사동 K만물상. 뱀과 인삼이 진열된 점포 안에 산 멧돼지가 들어온다.
종업원이 멧돼지의 네발을 쇠고리로 묶고 칼로 목을쳐 숨을 끊어놓는다. 30㎝가량의 대나무 빨대를 멧돼지의 목을 통해 심장부근에 연결해 놓자 피가 빨대를 통해 솟아오른다. 손님 장영부씨(42·서울 서초동 Y아파트 5동)등 4명이 번갈아 가며 빨대로 생피를 들이마신다. 피 빨기 10여분 후 종업원이 가슴을 칼로 잘라 쓸개와 간을 꺼내놓는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간을 즉석에서 소금에 찍어먹고 심장에 좋다는 쓸개(저담)는 4등분으로 나눠 가진다. 집에 가서 말려 먹기 위해서다.
멧돼지뿐 아니라 사슴·노루의 생피와 내장 고기가 정력과 성인병치료에 좋다 고해서 서울변두리의 멧돼지·사슴농장에는 주말이면 산짐승의 피를 빠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몬도가네식 요법이 이렇듯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력에 좋다는 공식기록은 한의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거니와 「잔인성」을 나무라는 일부의 비판과 함께 남획에서 오는 생태계의 위기를 우려하는 학자들도 많다.

<균형있는 식생활뿐>
임업시험장 우한정 박사는 『개구리·뱀 등이 정력제로 마구 남획돼 생태계의 먹이연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있다』면서 『먹이연쇄가 끊어져 해충·들쥐가 날뛰면 결국인간이 재앙을 맞게된다』고 경고했다.
이상인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과거비타민 결핍시대에 영양제 또는 약제에 불과했던 뱀·개구리 등이 오늘날 그 효험이 과대 선전되고 있다』면서 『균형있는 식생활이 건강에 제일 좋다』고 말했다.
서울대 장병림 교수는 『정력제 등이 인기를 끄는 것은 선전암시에 의한 것』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몸에 좋다는 강한 암시를 받아 이것이 믿음이 되어 먹으면 효력을 주는 것같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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