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태고종 분규 사찰|절 소유 땅 멋대로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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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실점유와 법적 소유권이 엇갈려 있는 불교 조계-태고종간의 분규 사찰 재산이 민사 소송법상의 편의주의 절차인 「인낙」이나 「화해조서」등을 동원, 법망을 빠져나가며 마구 매각돼 물의를 빚고 있다.
조계종측 발령의 주지들이 사찰토지를 매각한 후 매입자와 형식적인 소송을 벌여 상대방 소송청구를 인정하는 의사표시로서 공증력과 확정력을 갖는 「인낙」으로 소유권 등기 이전까지 끝마쳐 주는 이같은 매각방법은 「불교재산관리법」을 무시한 위법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특히 이같이 매각된 불교재산은 신도들이 사찰 발전, 부모 제위답 등으로 신심을 명기해 영구 보존토록 사찰에 기증한 것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참회와 반성이 요망되고있다.
물의를 빚고 있는 매각처분재산은 서울 등 대도시 소재 분규사찰들이 소유한 엄청난 싯가의 전답들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75년 2월∼80년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5천 8백여평의 사찰 답이 매각 처분된 서울 홍은동 백련사.
현재도 일부가 재판계류중인 백련사 토지매각은 불교재산관리법 상 규정된 관할청(문공부 또는 시·도지사)의 허가는 물론 종단의 승인조차도 없이 주지 개인이 매각해 버린 불법의 예도 없지 않다.
그래서 문공부는 최근『불교재산관리법 상 규정된 관할청의 허가없이 불교단체가 행한 재산 처분 행위는 무효』라는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물의를 빗고 있는 백련사·청연사 등의 토지매각을 환원토록 조계종에 각각 지시했다.
원래 백련사는 1천 3백년의 역사를 가진 고찰로 현재 태고종 승려 50명과 신도 5만명이 관리·운영하고 있는 사찰-.그러나 이 사찰은 1950년대의 비구-대처 분규 후 모든 사찰이 조계종 소유로만 인정된 「불교재산관리법」에 의해 법률상 주지와 현실주지가 30년째 맞서있는「1사찰 2왕지」의 분규사찰이다.
발령만 있을 뿐 사찰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백련사의 조계종측 주지 방삼수, 한정기, 승종봉 스님 등이 6년 동안에 매각한 토지는 서울 도봉구 창동, 은평구 응암동·신사동, 도봉구 방학동 등에 소재한 사찰답-.
이같이 매각된 토지는 태고종측 진정서에 따르면 모두가 싯가 평당 10만∼40만원씩 홋가되고 있으나 매각처분가격은 평당 5천∼1만 5천원씩 이었다는 것.
특히 한정기 스님의 매각은 조계종 총무원이 매각대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했을 뿐아니라 싯가 10억원 상당(서울 응암동 답 1천 3백평, 신사동 답 1천 4백평)을 불과 8천만원에 매각했다는 점을 들어 원인무효소송을 벌이고 있다.
조계종은 이「집안싸움」의 소송을 위해 승종봉 주지를 통해 서울 도봉구 방학동 소재 사찰 답 1천 3백여평을 다시 매각, 그 대금으로 소송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불교인들은 정작 소송을 제기할 태고종은 법적 형식에 묶여 속만 태운 채 물러서 있고 조계종측이 현실을 무시한 법적 권리만을 앞세워 앞서 매각한 토지를 되찾겠다고 또 다시 토지를 팔아 집안 송사를 벌이는 이같은 사태를 한심한 작태라고 호되게 비판한다.
태고종측도 최근 서울 하왕십리동 청련사 재산문제로 조계종측 주지와 소송을 벌여 1심에서 『비록 조계종단이 관할청에 사찰등록을 하고 그 주지를 임명, 등록까지 마쳤다 해도 태고종측 주지와 당사자 능력이 생길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아 분규 사찰 재판사상 처음인 새로운 사찰의 실제 점유 및 관리 운영에 따른 기득권을 인정받았다.
실질상 절을 점유하고 있지도 않은 형식상의 주지가 인낙·화해조서로 법원판결을 받아 밖에서 재산이나 처분하는 사찰재산의 매각은 법률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당사자주의 소송이라는 민사소송구조 상 인낙의 필요성이 인정된다하더라도 법률상 규제조항인 주무관청의 허가여부를 심리치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법무부의 유권해석은 『개인의 의사표시인 인낙이 법률상의 규제조항에 우선하거나 관할청 허가를 대신하여 재산처분행위의 유효조건을 보완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둘째는 상식적인 싯가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거래액을 참고함이 없이 인낙을 인정해 주었다는 점이다.
셋째는 백련사 소유 신사동 답의 경우 서울시가 법원 조회에『조계-태고종간의 분규사찰이며 조계종 내분이 법원에 계류중이므로 분규가 종식되고 재산처분목적이 타당해지면 허가 할 수 있다』(77년 10월)는 회신밖에 안했는데도 법원은 처분인정의 판결을 내렸다.
끝으로 가장 큰 법적인 맹점은 『사찰재산은 관할청 허가 없이 처분하지 못한다』(불교재산관리법 11조 1항 2호)는 규정만 있을 뿐 위법에 대한 벌칙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어쨌든 30년째 계속되는 불교사찰 재산싸움이 아직도 법정에서 내연하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불교 정재를 팔아먹는데 혈안(?)이 돼있는 조계종과 태고종간의 분규사찰정비가 시급히 이루어져야겠다. <이 은 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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