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량은 늘고 질은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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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우리나라 영화계는 양적으로는 전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며 상업주의적 안목에서도 열성적으로 연구하는 자세를 보이긴 했지만 그 자체가 한국영화의 발전을 뜻한 것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화를 심의하는 공륜은 76년 발족이래 처음으로 「82연도 심의백서」를 발표 지난해의 영화·가요·무대 공연물·비디오 등의 심의 결과를 종합 정리했다.
82년도 국산 영화는 모두 l백 20편을 제작(검열 79편)보다 크게 늘어났으나 지나치게 상업주의에 치우쳐 충격과 감동을 주는 작품은 없었다. 전반기에 『애마 부인』이 흥행에 성공하자 거의 절반의 영화가 짙은 에로티시즘의 멜러물이었다.
또 국적불명의 저질 무술영화가 여전히 쏟아져 나온 것도 82년도의 특징이었다.
영화에 있어서의 윤리문제는 어느 예술분야에 못지 않게 민감한 문제다. 82년도 멜러영화에 있어서의 내용은 여성의 애정 갈등과 방황·간통·배신, 그리고 현실 도피적인 죽음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한 시대를 바로 반영한 것도, 또 영화적인 극적인 바람직한 소재도 아니란 분석이다.
영화에 있어서의 음악은 줄거리에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국산영화는 아직도 음악적 감동을 주는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창작음악은 찾아보기 어렵고 기껏해야 외국 팝송이나 경음악연주로 얼버무려 영화의 내용과 맞지 않는 음악도 있다.
공류의 검열에서 지적된 영화의 문제점은 역시 외설적인 요소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심의영화 가운데 53편이 외설적인 내용으로 규제 당했었다.
벗기는 데도 이제 그 차원을 넘어서서 변태적인 소재와 정면 묘사로까지 변환된 것이 82년도 국산영화의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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