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부부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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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북한산을 찾았다. 연애시절엔 곧잘 가곤 했으나 결혼 후엔 시간이 나질 않았다.

북한산의 최초 명칭은 부아악(負兒岳)이며 고려 성종 대부터 약 1천년간 삼각산(三角山)ㆍ화산(華山)등으로 불렸다. 북한산(北漢山)이란 명칭은 조선 중기 숙종이 축조한 북한산성을 염두에 두고 남한산성과 대비해 '한강 북쪽의 큰 산'이란 의미로 1900년대 초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택한 길은 북한산성 계곡~행궁지~대남문~문수봉~비봉~족두리봉을 거치는 코스였다. 도중에 60대 부부를 만났는데 두 사람의 모습이 어찌나 살갑던지 요즘 말로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아내도 내가 들으라는 듯 한마디 한다. "부부 금슬이 어찌 저리도 좋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럴 때 흔히 쓰는 '금슬'은 금실이 맞는 말이다.

금실은 본래 거문고와 비파를 뜻하는 금슬(琴瑟)이 원말로, 거문고와 비파 소리의 어울림이 아주 좋다는 데서 온 말이다. 금실은 금실지락(琴瑟之樂)의 준말로서, 부부 간의 화목한 즐거움, 애정을 뜻한다.

부부의 금실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궁합이 나쁘게 나오면 혼인이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궁합을 볼 때 필요한 게 생년월일시, 즉 사주(四柱)다. 혼인이 정해지면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신랑의 사주를 적어 보내는데, 이것이 흔히 '사주단주'로 잘못 쓰고 있는 '사주단자'다.

단자(單子)는 부조하는 물건의 수량이나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가리킨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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