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TV가이드] 베트남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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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요즘 지방 국도변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현수막 문구다. 전쟁과 더불어 연상되던 베트남은 언젠가부터 베트남 신부, 쌀국수, 한류 열풍 등의 이미지로 환치되고 있다. 심리적 거리도 가까워졌다. 특히 올해는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30년이 되는 해다.

SBS가 종전 30년을 기념해 드라마 한 편을 선보인다. 19일 방송하는 2부작 드라마 '하노이의 신부'(사진)다. 한국과 베트남의 '전쟁 이후'를 그린 이색적인 작품이다.

크게 봐서는 베트남 처녀 티브(김옥빈)의 파란만장한 러브 스토리다. 하지만 멜로 코드에 멈추지 않는다. 정식 수교 이후에 생겨난 사회적인 문제도 짚는다. 사업 때문에 베트남을 오가는 한국 남성들과 현지 여성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가 한 예다. 이른바 '신(新) 라이따이한'이다. 농촌 노총각들의 결혼문제, 결혼과 사랑에 대한 갖가지 편견 등도 다루고 있다. 영화 '여고괴담 4' 의 주인공 김옥빈이 주인공 티브 역을 맡았다. 또 베트남의 '인민배우'로 불리는 투게가 티브의 언니로 등장한다.

의사 은우(이동욱)는 베트남 의료봉사로 병역을 대신하고 있다. 그는 수려한 외모와 매너,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으로 현지 환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그런 은우는 하노이 대학에 재학 중인 통역 아르바이트생 티브를 보면서 가슴이 설렌다. 하지만 티브는 한국 남자에게는 절대 마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언니의 말대로 은우에게 무관심하게 대한다. 언니는 한국 남자와 4년간 동거하면서 딸을 낳았다. 하지만 남편이 아이를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은우의 귀국을 며칠 앞두고 둘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눈치챈다. 그러나 다가서지 못한다. 이후 1년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날 시골에서 농사짓는 형 석우가 서울로 올라온다. 그 옆 자리엔 티브가 있다. 티브가 자신을 보러 온 줄로만 생각한 은우는 형으로부터 "네 형수감이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제작진은 "전쟁의 아픔을 돌아보며 베트남과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의 다양한 풍광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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