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가 낼 모렌데, 덜 여문 벼이삭에 농부의 애간장이 탑니다. 품 찾아 올 자식 손자들, 햅쌀밥은 먹여야 할 텐데…. 하루에도 열댓 번, 주름살 같은 다랑논을 들락날락합니다. 원래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농사와 나락농사라는 것을 팔순 농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곡식은 농사꾼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는 법'이니 다리품이라도 파는 것이죠. 고작 몇 마지기 다랑논이지만 일곱 자식을 키웠습니다. 그저 눈 뜨면 돌 캐고 쌓아서 한 뼘씩 땅뙈기를 늘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삿갓배미.항아리배미.장구배미.공중배미.쥐똥배미, 생긴 대로 다랑논이 되었습니다. 그땐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다 싶었는데, 다 키워 놓고 보니 꿈만 같습니다. 이제 제발 힘든 농사 그만 두시라는 자식들의 성화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립니다. 다들 밥 먹고 사는 거야 걱정 없는 줄 알지만, 흙물 밴 손이나마 곡식을 거두어 먹일 수 있는 게 외려 고마울 따름입니다. 팔십 평생을 주고도 아직 더 줄 게 남았나 봅니다. "그나저나 다 와야 할낀데…. 여섯이 오고 하나가 안 오면, 그게 마음 애리는 기라." 그때 '깍깍' 까치 한 마리 푸드덕 날아오르며 다랑논을 한 바퀴 휘돌고 갑니다. 이번 추석엔 고향마을을 사진으로 담아 보세요. 동구 밖 느티나무, 돌담 사이로 난 고샅길, 처마에 걸린 옥수수, 깊이 파인 부모님의 주름에 정까지 듬뿍 얹어 찍어 보세요. 가장 아름다운 사진은 마음이 녹아 있는 사진입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네모 세상] 함양군 마천면 도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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