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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원 있으매 … 신한, 가볍게 1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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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신한은행의 가드 전주원(中)이 우리은행 김영옥(右)의 악착같은 밀착수비를 뚫고 드리블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이영주 감독은 우리은행과의 2005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을 앞두고 "우리은행에 공을 가지고 놀 만한 선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신한은행에는 전주원이 있고, 전주원이 있는 한 어떤 상대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14일 우리은행의 홈인 춘천에서 벌어진 1차전. 전주원은 과연 소양호를 가르는 쾌속정처럼 춘천 호반체육관 코트를 누볐다. 경기 결과는 신한은행의 68-56의 낙승. 겨울리그 꼴찌 팀이 여름리그 정규시즌 1위 팀을 적지에서 꺾은 것이다. 그리고 그 이변의 중심에는 15득점에 5개의 어시스트로 펄펄 난 전주원이 있었다.

2차전은 16일 신한은행의 홈인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다.

전주원이 성인무대에 데뷔한 것은 1990년 농구대잔치, 선일여고 졸업예정자로 현대산업개발 유니폼을 입었다. 현대는 이 해에 창단 후 처음으로 성정아.최경희.정은순이 버틴 무적함대 삼성생명을 상대로 1승을 빼낸다. 감격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선수단을 불러 복어회로 만찬을 내기도 했다.

92년 스페인 비고에서 열린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 전주원이 한국 대표팀의 리딩 가드를 맡았다. 한국은 탈락했다. 정은순이 인성여고 동기 유영주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 때 전주원은 골똘히 다음 경기를 지켜봤다. 브라질과 호주의 경기. 스무 살 처녀의 시선이 당시 33세의 브라질 가드에게 박혔다. 오르텐샤 데 파티마 마카리 올리바. 브라질을 94년 세계선수권 우승과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로 이끌었고, 2002년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이다. 전주원은 당시 현대 이문규 감독에게 "저 선수가 누구냐"고 묻곤 이름을 적어두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전주원은 33세의 리더가 되어 자신만의 전설을 쓰고 있다.

전반 37-27로 신한은행의 10점 차 리드. 우리은행은 무엇엔가 홀린 듯했다.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했다. 공격에 실패하면 어김없이 전주원의 긴 패스가 강지숙.겐트(이상 15득점).진미정(9득점)에게 이어졌다. 전주원이 3쿼터 종료 순간 3점슛으로 55-39를 만들 때 승부는 끝났다. 전주원은 "후배들에게 경기를 즐기자고 말했다. 이기겠다고만 생각하면 힘들어서 마지막까지 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은 "전주원이 이끄는 신한은행의 스피드를 잡지 못했다"고 탄식했지만 이영주 감독은 "전주원은 절대 빠른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춘천=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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