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신용정보법 강화 텔레마케터의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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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신용정보의 남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현실과 맞지 않는 과잉 규제로 금융산업의 위축이 우려된다."

열린우리당 이근식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27명이 최근 '신용정보 이용.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 의원 등이 제출한 법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각종 부대업무나 신상품 영업을 할 때 일일이 고객에게 별도로 사전 동의를 받아야만 신용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는 고객 동의를 3년마다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고, 신용정보를 이용했을 때는 반드시 고객에게 알려줘야 한다. 아울러 고객은 신용정보 활용에 동의를 했더라도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

현행 신용정보법은 신용카드사가 카드를 발급하면서 고객의 사전 동의를 받으면 보험.여행.통신판매 등 부대업무에 신용정보를 포괄적으로 활용하고, 제휴사에도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은 개인 신용정보를 자사 판촉 활동에 사용할 뿐 아니라 보험.항공사 등 여러 제휴사에도 제공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이번 개정안은 개인의 신용정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용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은 "요즘 무차별적인 텔레마케팅 전화에 시달리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고객은 개인 정보가 어떻게 유출되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보험 업계와 텔레마케팅 업계는 과도한 규제로 금융 텔레마케팅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텔레마케팅 요원들의 대량 실직을 우려한다. 보험 텔레마케팅 시장은 올해 1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업계는 업무를 확대하고 신상품을 개발할 때마다 기존 고객에게 매번 정보활용 동의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영업을 중단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텔레마케팅에 종사하는 인력은 3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15만 명가량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을 권하는 업무(아웃바운드)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개정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금융 관련 텔레마케팅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은 1만 명에 달한다.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규제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금융회사가 고객의 동의를 얻는 수단을 서면과 공인인증 전자문서 외에 e-메일.우편 등으로 확대하도록 한 규제 합리화 방향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가 반발하자 이 의원 측은 금융감독원에서 신용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지침을 마련하면 그 내용을 반영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 정보보호 측면에서 보면 지침이 엄격해야 하고, 상거래 측면에서 보면 과도한 규제를 막아야 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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