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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제관료들 지금은 무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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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동안 정부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해온 과정에서 숱한 경제관료들이 탄생하고 또 사라졌다. 특히 화려한 각광을 받으며 경재정책을 주무르던 장·차관들은 짧게는 5개월에서부터 길게는 11년 반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독특한 정책 스타일을 구사하다가 매의 흐름에 따라 관계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집에 파묻혀 조용히 독서로 시간을 보내거나 해의 유명대학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공직이나 사기업의 경영에 참여해 새로운 업무에 쫓기기도 한다.
부총리를 거쳐 국무총리까지 지낸 신현확씨, 남덕우씨는 바깥 출입을 삼가고 거의 독서로 소일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이따금 같은 연배의 옛 동료들과 어울려 골프장에 나가기도 한다.
구태여 현재 맡고 있는 공직을 치자면 국경자문위원.
무협회장을 거쳐 국무총리직에 오른 유창순씨도 국정자문 위원을 맡고 있다.
10·26%이후 어려운 때 5∼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중 경제 총수자리를 지켰던 이한빈·김원기 전 부총리는 관직과는 관련없이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 전 부총리는 아주대학 총장을 그만둔 뒤 연세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맡고 있으며 김 전부총리는 고려대 교우의장으로 매일 사무실에 나가 일을 보고 있다. 그는 서울 마포구 청소년 선도 회장직도 맡아 특히 사춘기에 이론 학생들의 선도사업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부총리 출신으로 유일하게 공직을 맡고 있는 사람은 신병현 전 부총리다.
무역협회 회장으로 수출산업을 지원하기 의해 대 정부건의를 하거나 해외인사들을 자주 만나고 있지만 그의 업무 스타일은 부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차분하고 조용하다.
한때 공직을 또 맡을 것으로 알려졌던 이승윤 전 재무부 장관은 작년10월 KIET(한국 산업경제기술연구원)의 연구자문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서석준 전 상공부장관도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자문 위원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해당 기관의 연구사업 결정 등에 조언을 하며 주로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면한 경제정책에 대해선 일체「노코맨트」서 장관은 작년11월에 벤더빌트대 보스턴대, 하와이대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특별 강연을 하고 귀국.
나웅배 전 재무는 아주대 총장으로 있다.
한때 한국 외국어 대학에서 강의도 맡았던 최각규 전 상공부장관은 한신 증권의 고문으로 잡시 있다가 한국화약 그룹의 한양전기(구 한양화학)사장에 취임했다.
정??석 전 상공부 장관은 일본 경응대에서 2년째 연구생활에 몰도하고 있는데 1개월 전에 잠시 귀국했었다.
그는 20여년의 공직생활을 청산하고 나서「재계 속의 한국 경제」라는 책을 퍼대기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로 석유 외교에 힘썼던 장예준 대사가 지난달에 본국으로 돌아왔다.
작년 10월에는 경제 기획원 차관, 상공부·동자부 장관 등을 지낸 그의 경력을 살려 주요 경제 포스트에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해외건설 협회 회장자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급 중단의 위협 속에 재임기간의 거의 절반을 산유국 순방으로 보냈던 양윤세 전 동자부장관은 한양그룹 고문으로 일하면서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해외 수주활동에 얽힌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유양수 전 장관은 대한통운 여행사의 회장으로. 박봉환 전 장관은 증권 감독원 원장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장관은 과객이라며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이선기 전 장관은 새벽에 조기회에 나가 조깅을 즐기는 등 건강만점. 민정당 당적만 가지고 있을 뿐 하는 일이 없으나 곧 모 국영 기업체장을 맡게될 것이라는 소문.
현재 각 부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옛 고관들은 농수산부 출신이 많다.
차균위 전 장관은 (주)정 식품 고문으로 있으면서 야생동물 협회 의장직도 겸임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한전 사장을 역임했던 김영준 전 장관은 대한 전기협회 회장으로, 김보현 전 장관은 농촌 경제연구원장으로 있고 조시형 전 장관은 경남 양산 목장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
장덕진 전 장관은 한국 사회 문제 발전 연구소를 세워 월간지「한국인」발간에 전념. 최근에 미국무성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중이다.
이밖에 이희일 전 장관은 한국 제분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국제 경제연구원(KIET의 전신) 을 잠시 거친 정소영 전 장관만이 아직 뚜렷이 하는 일이 없다.
이재설 전 장관은 올림픽 지원 사업단장을 거쳐 인력개발 연구소 고문으로 있다가 지난달 타계. 그의 장례식은 너무 쓸쓸했다는 후문이다.
건설부 쪽에서는 정치활동이 묶여있는 고재일·신형식 두 전직 장관을 제의하면 대부분 큰 업체의 경영을 맡고 있다.
최종완 전 장관은 효성 중공업을, 이격선 전 장판은 롯데 제과회장으로 있다. 김주남 전 장관은 기계공업 진흥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밖에 상공부 차관 출신으로 배상욱 전 체신부 장관은 최근 동방생명 사장으로 취임, 관개부처 실무자들을 찾아다니며 많은 지도편달을 요청하는 겸손한 자세를 지켰다.
최창낙 전 경제기획원 차관은 산은총재로, 김선길 전 상공부 차관은 중소기업 은행장으로 금융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최근에는 경제 정책전환과 산업구조 조정에 발맞추어 소관 은행의 조직과 기능의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유각종 전 동자부 차관은 기아산업-동아 자동차 통합 위원장을 지낸 후 잠시 한국화약 그룹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지금은 고려 종합화학 사장으로 있다.<최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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