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백넘버에 얽힌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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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니폼에 새겨진 배번은「선수의 얼굴」이라할만큼 자신을 대표하는 숫자다.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숫자를 백넘버로 사용하게 된다.
올시즌 프로야구의 유니폼을 입은 감독이나 선수들의 배번에도 갖가지 사연이 있다.
삼미의 새사령탑이된 김진영감독은 작년시즌 최하위였던 삼미팀을 월해 재창단한다는 각오를 배번에 새겨 83번을 달았다. 이것은 한국프로야구위원회에 등록된 코칭스태프와 선수중 가장 높은 숫자다.
호랑이사단의 김응룡해태감독은 39번.
한일은감독때인 80년에 이39번을달고 실업야구전기4차리그와 후기l차리그의 우승을 차지했던 인연때문이다. 또 80년 일본동경의 제26회아마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감독을 맡아 준우승으로 이끈 잊지못할 기억도있어 프로에서도 그 여세를 몰고가겠다는 뜻이다.
일본프로야구한규(판급) 브레이브즈에서 「한국의컴퓨터」로 각광 받았던 이충남삼성조감독은 자신이 코치로 있었던 한뀨의 「우에다」 (상전) 감독의 배번인 30번을 이어받았다.
「우에다」(상전)감독을 가장 존경하는 마음에서다.
MBC청룡의 마운드를 지킬 오영일투수는 자신의 이름을 숫자로 바꾼 501에서 0을 뺀 51번이어서 색다르다.
「타격의 천재」로 불리는삼성4번 장효조는 자신이존경하는 3천안타의 주인공 장훈의 배번파 같은 10번. 장훈과같이 장씨인데다 왼손잡이와 외야수등 닮은점이 너무 많다. 그래서「한국의 장훈」으로까지 불리게돼 10번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삼성의 10번은 원래 허규옥이었으나 장효조가 입단직후 읍소하다시피하며 간청,기어이 양도를 받았다. 마음씨좋은 선배 허는 14번으로 바꿨다.
78년부더 4넌연속 국가대표 주장을 맡았던 MBC의 이해창은 1번. 선린상고때부터 무엇이든지 1등이 되겠다고 이 번호를 쓰게됐고 프로데뷔인 올해도 같은 마음의 자세다. 1번이었던 김인식이 이에게 1번을 양보하고 자신은 4번을 달았다. OB 박종훈도 1번.이광환코치가 고려대 후배인 박에게 l번을 물려주고 자신은 53번을 택했다.야구의 1번은 보통 투수전용 번호이지만 이들의 경우는 예외인 셈.
1억원짜리의 재일동포 장명부는 삼미그룹의 상징 인3·1빌딩을 본떠 처음엔 31번으로 정했으나 이미 에이스 인호봉이 쓰고있어 9번으로 후퇴. 한자리숫자중 가장 무게가 있어 좋아하는 숫자라고.
올시즌 가장 주목을 끌 국내최고의 강속구인 철완 최동원(롯데)은 11번이다.
최의 11번은 연세대 3학년때부터 애용하던 것이며 77년 국가대표 선수가된후 줄곧 국가대표팀의 11번을 독점해 왔다.
미국이나 일본의경우 위대한스타가 선수시절 사용하던 배번은 그선수가 운퇴한후에는 존경과 추앙의 의미에서 영구결번으로 남겨두고 있다. <조이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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