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츠 미국무장관의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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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지·슐츠」 미국무장관이 이범석 외무장관의 초청으로 6일 서울에 왔다. 「슐츠」 장관은 내한직후 이 장관과 한미외무장관회담을 갖고 한미안보협력방안,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 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국무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슐츠」 장관의 일본, 중공방문에 이은 한국방문은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한미양국간의 기존우호협력관계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란 점에서 특히 주목하게 된다.
작년으로 수교1백주년을 맞은 한미 관계는 사실 어느 때보다도 원활한 상태에 있다. 구정권 때의 불편한 문제들이 말끔히 가셔진 것은 물론 한우도의 안보인식에서 두 나라 정부는 거의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있다.
「슐츠」 장관이 워싱턴을 떠날 때 한미간에는 특별히 논의할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한반도의 안정이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및 태평양지역의문제로 인식된 것은 오래된다. 더욱이 미국의 연례국방보고서와 군사정세보고서는 미국의 대소전략체계의 일환으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뿐더러 「마이어」미육군참모총장은 북한이 남침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비친바 있다. 이처럼 양국간의 안보협력 관계가 어느 때보다 굳은 것이라고는 해도 우리로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없지 않다.
우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미·일·중공의 3각 협력체계의 강화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대결구조의 고착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적어도 플러스요인이라 볼 수는 없다.
게다가 북한은 계속·대화를 통한 평화공존과 평화적 통일노력을 거부하면서 군사적 대결 자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남북한당사자들이 주도하는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북한측의 호전적자세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에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한 차선책으로 미·일·중·소에 의한 남북한교차승인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슐츠」 장관은 방한에 앞서 중공을 방문했었다 따라서 교차승인을 포함, 한국문제에 대한 중공축의 태도가 전달되었으리라고 본다.
외신은 중공이 한반도문제에 관해 언급한 것은 부외상 한서가 팀스피리트군사기동훈련에 관한 북한측의 관심을 설명한 것이 전부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평가할 일은 아니다.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주변국가들의 관심의 대상이므로 교차승인문제나 남북한 유엔동시가입문제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설혹 「슐츠」의 방중 보따리 속에 남북한 교차승인 같은 문제가 포함되어있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이 문제에 관한 국제적 관심을 계속 환기시킴으로써 이 지역의 평화정착에 노력해야할 것이다.
또한 한미 쌍무적인 문제로는 한국 방산품의 제3국 수출, 미국의 대한군사판매차관(FMS) 증액, 통상증진 및 경제협력 강화방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로서는 국군장비현대화와 방위능력 증강을 위해 FMS의 증액과 조건개선, 그리고 방산품의 수출에 미국이 적극 협조해줄 것을 기대하고자한다.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적과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군사력이다. 특히 북한해군력의 급격한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해군의 증강에 미국이 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기 바란다.
FMS에 관한 한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등에 부여하고 있는 최혜국 대우를 적용, 그 이율을 크게 낮추어주었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한미간의 동맹관계가 아무런 동요 없이 지속될 때라야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됨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한반도의 안정은 나아가서 일본의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길도 된다. 「슐츠」 장관의 방한이 한미관계를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리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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