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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가스 용기의 방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청량리 미주아파트 가스폭발사고의 원인이 불량가스마개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불량품이 한 업체에 의해 독점적으로 제조되어 지금 시중에 3만개나 나돌고 있다니 가스를 사용하는 시민들로서는 식은땀이 나는 일이다.
현대생활에서 가스가 생활필수품이 된지도 오래된다. 서울의 경우 전체가구의 8.8%인 15만7천여 가구가 도시가스를 쓰고있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대부분의 가정은 프로판가스를 쓰고 있다.
프로판가스는 물론이고 비교적 안전도가 높다는 도시가스 역시 그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은 점화되기까지의 기구가 완전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령 배관시설이라든지 연결쇠등에 결함이 있다면 철저한 점검을 하지 않는 이상 사고를 예방하기 어려운 것이다.
미주아파트사고에서 보는 것처럼 가스마개가 불량품이고 더우기 가스안전공사의 검인까지 받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사용자가 주의를 덜하게 되기 쉬워 사고는 막기 어렵게 된다.
그 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파이프의 이음쇠나 마개 등을 만드는 기술이 뒤떨어진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 나라의 정밀기계제작의 기술수준은 그런 것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가스가 새는 마개가 3만개나 시중에 나돌고있다는 것은 제조업체나 안전검사기관의 안전에 대한 무신경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그 원인을 따지고 들면 결국 인재라는 점으로 귀착된다. 인명을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남이야 어찌되건, 우선 자기 배만 부르면 된다는 못된 심성이 이번과 같은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게 한다.
가정연료로 쓰이는 LP가스는 전기누전과 같은 작은 불씨에도 폭발한다. 그 폭발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는 미주아파트사고의 경우가 잘 말해준다. 가스가 폭발하면서 벽이 무너지고 거기서 퉁겨져 나간 콘크리트 벽이 50여m나 떨어진 곳에 날아가 주택의 지붕을 뚫고 떨어지면서 1명이 죽고 13명이 다치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안겨주었다.
LP가스의 이 같은 속성을 아는 사람은 그래서 가스를 무서워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는데 각별히 신경을 쓴다.
가스폭발을 막기 위해서는 가스가 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파이프연결쇠 등에 비눗물을 칠해보는 등 안전점검을 정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들이 안전수칙을 지키고 점검을 철저히 한다면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할 일은 파이프나 연결쇠등을 만드는 업체들이 규격에 맞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점검기관이 안전도를 철저히 검사하는 일이다.
불량가스마개를 만든 업자나 이를 묵인해 준 검사원은 법이 규정하는 범위 안에서 엄벌을 받아 마땅하다. 시민들이 이들에게 맡긴 책무와 기대를 배신했을 뿐 아니라 비슷한 사고에 대한 경계의 뜻에서도 그렇다. 미주아파트 가스폭발의 원인이 불량가스마개 때문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LP가스용기 5천 개가 검사도 안 받고 시판되고 있다는 사실도 보도되었다. 돈을 받고 불량품을 묵인해주는 일도 그렇지만 검사도 안 받은 용기가 어떻게 시중에 나올 수 있는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당국은 이번 기회에 위험을 안고있는 모든 제품들을 적발,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하고 기왕에 설치된 것이라도 수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민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가스용기 등에 대한 검사체계를 한층 강화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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