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후 주춤주춤 … 답답한 한국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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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쾌속 항진하는 미국 경제와 달리 한국 경제는 여전히 거북이걸음이다. 무엇보다 소비 심리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2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를 기록해 지난달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10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이다. CCSI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인 소비자가 많고, 그보다 낮으면 비관적인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올 1월 109까지 올라섰던 CCSI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5월(105) 급격히 하락한 뒤 8~9월에는 회복세를 보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취임으로 재정확대정책이 본격화하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10월 이후 다시 고꾸라지는 모양새다.

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기업투자도 늘지 않고 있어 체감경기가 여전히 차갑다”며 “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증가하고 유가도 하락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긍정적 영향은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1년 후 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2.6%로 지난달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한은이 조사를 시작한 200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국제 유가의 급락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사라지면 소비와 투자가 죽어 1990년대 일본처럼 금리를 내려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는 저성장이 저물가의 원인이었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이 계속 떨어지면 저물가가 저성장을 초래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3일 ‘2015년 한국 경제환경과 정책기조’ 보고서에서 “국내에서 낮은 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5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조민근·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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