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안 피운다고?…흡연율 조사, 남녀 모두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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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실제 흡연율은 설문조사 방식으로 집계하는 흡연율보다 2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설문조사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응답한 비율과 실제로 담배를 피우는 비율이 훨씬 높다. 남자에게도 이런 경향이 있지만 여자만큼 높지는 않다.

흡연에 관한 ’거짓‘ 또는 '축소' 응답 비율은 가구 구성원 수, 거주 지역, 질병 유무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김춘배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 ’한국에 숨겨진 여성 흡연자 있는가‘를 이달 12일 국제학술지 ‘BMC 우먼스 헬스’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해마다 조사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스스로 밝힌 흡연율과 소변 검사를 통해 코티닌 성분을 측정한 실제 흡연율을 비교 분석했다. 코티닌은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의 체내 대사물질이다. 소변에서 이 성분이 검출되면 담배를 피운다고 볼 수 있다.

2008년~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19세이상 조사대상자 2만6593명이 흡연율에 관한 항목에 응답했다. 연구팀은 이 중에서 소변검사를 통한 코티닌 측정 데이터가 있는 1만4086명을 추출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집계한 여성 흡연율은 7.1%였다. 하지만 소변 내 코티닌 측정량을 토대로 집계한 여성 흡연율은 18.2%로 껑충 뛰었다. 격차는 11.1%포인트였다. 남성도 스스로 보고한 흡연율(47.8%)보다 소변 검사를 통한 흡연율(55.1%)이 7.3%포인트 높았다. 남녀 모두 흡연에 관해서 ‘거짓’ 응답을 한 셈이다. 여성의 경우 설문조사한 흡연율은 7.6%(2008년)에서 6.8%(2011년)로 약간 떨어지는데 그쳤다. 하지만 소변 검사를 통한 실제 흡연율은 21.2%(2008년)에서 13.6%로 큰 폭으로 줄었다.

실제 흡연율과 보고된 흡연율 간 격차는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남성은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은 젊을수록 ‘거짓’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20대(13.5%포인트)와 30대(13.4%포인트)에서 격차가 가장 컸다. 이어 40대(11.7%포인트)ㆍ70대 이상(9.3%포인트) 순이었다.

남성은 70대 이상(12.1%포인트) 연령대가 흡연에 관해 가장 솔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60대(8.5%포인트), 40대(6.7%) 순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보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 ‘거짓’ 응답이 더 많았다. 혼자 사는 남성 계층은 보고된 흡연율과 실제 흡연율 격차가 2.6%포인트로 적었지만, 2인 이상 가구에 속한 남성은 7.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혼자 사는 여성(9.3%포인트)보다 2인 이상 가구에 속한 여성(11.3%포인트)의 흡연율 격차가 더 컸다. 지역적으로는 농어촌 지역 거주 남성(8.9%포인트)이 도시 거주 남성(5.9%포인트)보다 흡연율을 축소 보고했다.

질병 유무에 따라서도 흡연 여부에 관한 응답은 갈렸다. 남성 암 환자(17.5%포인트)는 암에 걸리지 않은 남성(7%포인트)보다 실제흡연율과 보고된 흡연율 간 격차가 컸다. 거꾸로 여성 암 환자(7.5%포인트)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11%포인트)보다 흡연에 대해 솔직하게 응답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조사 대상자들이 가족이나 이웃에게 흡연사실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통한 흡연율 조사는 실제 흡연율보다 낮게 측정됐을 수 있다”면서 “효율적인 보건 정책을 위해서는 코티닌 함량 같은 생물지표를 활용해 정확한 흡연율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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