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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가 흑인사회 깨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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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부시가 싫어하는 사진?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강타한 다음날 기타를 치고 있는 조지W부시 대통령(사진 위)과 수해 현장으로 달려가 이재민을 감싸안고 위로하는 오프라 윈프리의 모습이 대조된다. 지난달 30일 여름휴가 중이던 부시 대통령은 콜로라도주의 한 행사장에서 컨트리 가수 마크 윌스가 건네준 기타를 치며 즐거워했다. 5일 휴스턴을 찾은 오프라는 애스트로돔 안으로 들어가 이재민들을 포옹했다. [콜로라도주·텍사스주 AP·로이터=연합뉴스]

"카트리나가 미국 사회의 가면을 벗겼다. 이제야 사람들은 같은 미국 사회에서도 서로 무엇이 어떻게 달랐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됐다."(워싱턴의 메트로폴리탄 흑인 감리교회 로널드 E 브랙스턴 목사)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자연재해로 기록될 카트리나가 사회학적으로는 흑인 사회를 일깨운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9일 '카트리나가 미국의 흑인들을 일깨우고 있다'는 기사에서 "카트리나를 계기로 흑인들이 자신들의 위상을 자각하고 단합을 외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8일 발표된 퓨 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6~7일 실시. 조사 대상 1000명) 결과는 카트리나 전후 상황을 바라보는 흑.백 간의 시각차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흑인의 66%가 "만약 백인 지역이 피해를 보았으면 정부의 대응이 더 빨랐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77%의 백인은 "정부 대응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UCLA 흑인 사회학자 더넬 헌트 교수는 "카트리나로 드러난 흑인들의 사회적 참상은 200년 전 노예 제도가 존재하고 KKK운동이 벌어지던 시기와 맞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깜둥이를 빌리는 법'의 작가 더맬리 아요는 "흑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자신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었는지 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드니 킹 사건(1991년 LA 백인경찰 4명이 과잉 검문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흑인 대학생을 구타한 사건이 '매 맞는 흑인'을 보여준 단편적인 사례였다면, 카트리나는 흑인들이 소외받고 무시당하고 있다는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린 총체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재민 구호 노력에 앞장서고 있는 흑인 유명인사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미시시피 출신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이재민을 위해 100만 달러(약 10억원)를 기부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이재민을 껴안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명한 흑인 변호사 윌리 개리는 이재민들을 실어나를 수 있도록 자신의 737제트기를 내놓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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