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 카트리나로 대이동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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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게르만족의 대이동인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멕시코만 인근 각주의 흑인 이재민 100만여명 중 상당수가 고향땅을 떠나 미국 곳곳으로 흩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구사회학적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문화일보가 7일 외신들을 인용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100만여명이 최소 수개월동안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구호당국자의 발언을 보도했으며, USA 투데이도 "이재민 중 절반에 가까운 약 50만명이 영구 이주민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샌앤토니오의 한 적십자사 관계자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각종 재난과 이재민 구호활동에 대해서는 익숙해 있지만, 삶의 터전을 모두 잃고 영원히 떠돌이 신세가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대응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지금 우리는 책을 새로 써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미 상원의 유일한 흑인인 배럭 오바마(민주)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역시 "가난한 흑인 이재민 상당수는 뉴올리언스가 재건되기 까지 수년씩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다른 지역 대도시로 갈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신문은 미국 역사상 흑인인구의 대이동은 두 차례 있었다고 덧붙였다.

첫번째는 19세기 남북전쟁 후 남부 해방노예들이 북부 공업지역으로 대이동한 것이며, 두번째로는 20세기 중반 경제상황이 변화하면서 약 500만명이 남부를 떠나 뉴욕.디트로이트 등 북부로 이주했던 것이다.

◇ 카트리나로 이산가족찾기 한창 =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서 때아닌 이산가족찾기(?)가 한창이다.

이산가족찾기의 주범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플로리언 웨스트팔 국제적십자사위원회(ICRC) 대변인은 6일 허리케인 카프리나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실종된 사람들을 위해 적십자사가 개설한 웹사이트(www.familylink.icrc.org)에 등록한 사람수가 거의 10만 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재해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신의 소재와 안부를 알리는 정보를 등록할 수 있다.

웨스트팔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신규 등록자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으니 실종자를 찾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사이트를 검색하고, 가족들과 연락이 된 사람들은 목록에서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ICRC는 미국 적십자사의 요청으로 실종 가족 수색 전문가 5명을 미국에 파견했다.

◇ 루이지애나주 전체가 카트리나로 몸살 = 루이지애나 주도(州都)인 배턴 루지가 졸지에 교통 지옥으로 변하는가 하면 부동산값은 폭등하는 등 여전히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배턴 루지는 뉴올리언스에서 약 70마일 떨어진 교통 요지이자 행정의 중심지였으나 인구 22만명의 조용한 도시였다.

그러나 약 45만 ̄50만명이 살던 뉴올리언스가 완전히 침수되면서 허리케인을 피해 뛰쳐나온 약 20만명이 배턴 루지로 흘러들어왔고 자연스레 기존의 좁다란 길들은 재해복구 차량까지 더해진 각종 차량들이 뒤엉켜 온종일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호텔과 모텔들은 이재민들로 가득찼으며, 주요 식당과 주유소 등은 가계수표나 신용카드를 거절하면서 현금을 요구해 가뜩이나 피곤한 이재민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이밖에 미국 전역에서 불고 있는 부동산 열풍에서 그나마 빗겨나 있던 이 지역도 폭등 열기가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이 지역 평균 단독 주택값은 새로 지은 방 2개 짜리가 15만 달러를 넘지 않았으나 재해 발생후 불과 일주일도 되지않아 호가는 2배까지 뛰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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