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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고 또 고치고…장난감 탄생까지 꼬박 2년 걸린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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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합체 델타트론(또봇), 5단 합체 인피니티(바이클론즈), 엉뚱발랄 콩순이, 시크릿 피아노 등 신제품이 테이블 위에 놓이자 아이들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만져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행여 철부지로 보일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괜찮으니까 마음껏 가지고 놀아요.” 뒤늦게 나타난 중년의 사내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15세 소년은 민망함을 뒤로하고 바이클론즈를 집어 들었다. 테이블 위로 하나 둘 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소중 독자들이 마이크 대신 장난감을 들고 영실업의 김형엽(43) 부사장을 인터뷰했다.

―영실업 캐릭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번에 콩순이 얼굴이 바뀌어서 예뻐졌어요. 그래서인지 애착이 가네요(웃음).”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해요.

“제품 구상부터 출시까지 꼬박 2년이 걸려요. 먼저 성별이나 연령 등 누구를 위한 제품을 만들지 결정하고 시장조사를 합니다. 애니메이션도 이 단계에서 함께 기획하죠. 기획이 끝나면 제품 모형을 만들고 테스트에 들어갑니다. 수백 번의 시행착오 끝에 최종 제품을 완성해요.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과정을 거친 후에야 하나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요.”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을 함께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스토리가 없는 장난감은 금방 싫증이 나요. 장난감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어야 오래 가지고 놀죠. 제품에 꿈과 희망, 교육적 내용을 담아 꾸준히 사랑 받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난감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애니메이션이 반드시 필요해요.”

영실업 김형엽 부사장(가운데) 인터뷰는 직원 휴게실에서 진행됐다. 장난감 회사라 휴게실도 장난감으로 가득하다.

―‘콩순이’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1999년 콩순이를 개발하고 보니 몸도 얼굴도 동글동글하더라고요. 불현듯 콩이 떠올라 콩순이라 부르게 됐죠. 콩순이, 순 우리말이라 더 친근하지 않나요?”

―청소년이나 어른을 위한 제품을 만들 계획은 없나요.

“저희 제품은 3세부터 10세 사이 어린이에게 사랑 받고 있어요. 앞으로 3세 미만 유아가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 계획입니다. 물론 청소년과 어른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제품도 고민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 중 가장 오래된 장난감은 무엇인가요.

“다들 콩순이라 생각하겠지만 아니에요. 혹시 ‘노래하는 거북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요? 아기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인데 나온 지 30년이 넘었어요. 엄마거북이 뒤에 매달린 새끼거북이를 잡아당기면 음악이 흘러나오며 새끼가 엄마를 향해 기어가요. 여러분 부모님은 이게 뭔지 잘 알 겁니다.”

―제품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다른 회사 제품을 가지고 놀거나 어린이들을 만나보곤 해요. 전 세계 장난감이 모이는 토이쇼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편이죠. 뉘른베르크쇼, 홍콩쇼 등에 참석해 우리 제품을 알리고 세계의 트렌드도 살펴보고 온답니다.”

―영실업은 다른 회사와 무엇이 다른가요.

"일단, 근무환경이 자유로운 편이에요. 정장 대신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하고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또봇 어드벤처X 변신전

―영실업 제품이 잘 부서지고 수리가 오래 걸린다는 소비자의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요.

“가장 좋은 건 제품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겠죠. 그래서 지난 5월 품질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또봇 관절을 수천 번 반복해 움직이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내구성을 테스트하고, 고온에서 색이 변하지 않는지 실험하며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수리 기간이 길다는 지적도 받아들여 A/S센터 직원을 늘렸습니다. 그 결과 수리 기간이 평균 한 달에서 2주로 줄어들었어요.”

―자녀들이 영실업 제품을 좋아하나요.

“두 딸이 어렸을 때 콩순이를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이곳에서 일하기 전까지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무심한 아빠였죠.”

―소중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앞으로도 우리 제품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영실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홈페이지에 소중한 의견 남겨주세요.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점은 학창시절 너무 공부에 매달리지 말라는 거예요. 책도 실컷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영실업 일일사원 후기

오른쪽부터 이준경·설지윤·한상희·최서윤·김서윤·박연지·박진서 학생과 김형엽 부사장.

일하는 사람들 모두 재미있어 보여
박연지(천안 용곡중 2)

기차가 늦게 도착해서 인터뷰 시간에 늦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부사장님 인상이 아기자기하고 친근해 긴장을 풀고 인터뷰 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테라스는 아늑했다. 내 사랑 콩순이도 놓여 있고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쫄랑쫄랑 따라간 곳도 다 재미있었다. 영실업은 장난감 회사답게 장난감의 천국이었다. 디자인 연구소에서는 장난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들었다. 장난감을 기획할 때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또, 관절 연결부위 하나하나 세심하게 작업하는 엔지니어 분들의 작업이 신기해 보였다. 나도 나중에 그런 곳에서 근무해보고 싶다. 장난감 회사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런 사무실 분위기 속에서 근무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다. 아늑하고, 자유로운,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재미있어 보이는 그런 회사 말이다.

장난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돼
최서윤(경기 예당초 6)

내 꿈은 애니메이션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다. 또봇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기획한 영실업 견학은 정말 나에게 좋은 기회였다. 우리는 먼저 김형엽 부사장님과 인터뷰를 했다. 김 부사장님 말씀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바로 "영실업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내가 롤 모델로 삼는 월트 디즈니가 했던 말과 같았다. 인터뷰 후, 본격적인 견학에 나섰다. 디자인 연구소에 들어가자마자 장난감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이 다 장난감이었다. 디자인 연구소, 생산본부, 영상 사업실 중에서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영상 사업실이었다. 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곳은 애니메이션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기획하는 곳이었다. 아쉬웠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에 방영될 시크릿 쥬쥬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마음을 달랬다. 이번 견학은 정말 뜻 깊은 경험이었다. 장난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내 진로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어린이들에 꿈을 주는 일 하고 싶어져
설지윤(전주 기린초 5)

어릴 적, 콩순이 시리즈를 가지고 놀던 내가 콩순이를 만드는 회사에 가다니,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았다. 회사는 장난감 가게 같았다. 각종 서류들만 산처럼 쌓여 있을 줄 알았는데, 이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난감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각 부서를 돌며 장난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들으며 우리가 가지고 노는 시간은 짧지만 장난감을 만드는 시간은 정말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마트에 가서 쉽게 장난감을 사고 또 금방 버리곤 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하나의 장난감을 완성하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땀이 담긴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는 장난감 회사처럼 나도 커서 남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TV 속 회사와 다른 편안한 분위기
김서윤(서울 중화초 4)

눈이 내리는 길을 10분간 걸어 드디어 ‘영실업’에 도착했다. 영실업에 가기 전 부사장님께 물어볼 질문을 5가지 준비했다. 흔한 질문이 아닌 특별한 질문을 하려고 마음먹고 준비했는데, 내 질문은 너무 흔했고 같이 체험하러 온 언니·오빠·친구들의 질문은 예리했다. 수준 높은 단어들을 사용하며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순간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부사장님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회사 탐방을 시작했다. 어른들의 책상인데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책상보다 장난감이 훨씬 많았다. 모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TV에서 보면 회사원들을 양복을 입던데, 이곳에서는 모두 편안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나도 이런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감 제작에 관한 궁금증 풀어
한상희(서울 동북초 6)

견학을 앞두고 회사는 어떻게 생겼을까?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어떤 사람이 필요할까? 등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상상 속 영실업은 대단히 멋진 곳이었다. 하지만 막상 회사 앞에 도착하니 건물은 생각보다 작았다. 그래도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회사로 올라갔다. 부사장님과의 인터뷰는 즐거웠다. 조금 예민한 질문에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디자인 연구소, 생산본부, 영상 사업실을 돌아다니며 장난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하나의 장난감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숙연해졌다. 앞으로 함부로 장난감을 버리거나 망가뜨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장난감을 만드신 분들의 보람과 정성을 욕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김대원 인턴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 취재=김서윤(서울 중화초 4)·박연지(천안 용곡중 2)·박진서(고양 도래울중 2)·설지윤(전주 기린초 5)·이준경(성남 수내초 4)·최서윤(화성 예당초 6)·한상희(서울 동북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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