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유연한 대북정책 권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가안보전략연구원(원장 유성옥)이 22일 선보일 ‘한반도 평화통일 전략구상’ 보고서에서 정부 대북정책의 전략적 변화를 요구했다.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목표달성이 어렵다면 다른 경로를 모색하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보고서는 특히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 남북관계 발전도 있을 수 없다는 ‘북핵 결정론’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보고서가 이례적인 것은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국정원은 그동안 대북정책 전반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보수적이고 원칙적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비쳐졌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 국정원 쪽에서 앞장서 전략변화를 제시한 건 주목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시점에 나온 것도 관심이다. 남북 당국 간 대화는 10월 남북 고위급 접촉 추진 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상반기를 지나 파국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북한은 인권 결의안을 앞세운 유엔과 국제사회의 압박에 핵 위협 수위를 높이는 등 거칠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5월 김정은 방러 초청과 미·쿠바 국교정상화 같은 긍정적 변수도 있다. 북한은 오는 24일 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개성공단에 내려보내겠다고 밝혀 이때 대남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보고서는 “북한이 곧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한국의 입장을 맷돌에 비유했다. 한·미동맹이라는 밑돌과 한·중관계라는 윗돌을 연결시켜 맷돌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굴대 역할을 한국이 해냄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을 꾀하자는 주장이다. 보고서를 대표 집필한 이수형 책임연구위원은 “굴대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한국의 역량이 약해서도 안 되고 어느 한쪽으로 급격히 경도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