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북서 14번째 구제역 차단방역 골든타임 놓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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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20일 충북 청주에서 돼지 구제역이 추가로 발병하면서 초기 바이러스 차단 방역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구제역은 3일 충북 진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14번째다. 진천, 충남 천안과 충북 증평·음성 일대에 바이러스가 퍼져 있다는 뜻이다. 이날까지 살처분된 돼지는 1만6200마리에 이른다. 사태를 이처럼 키운 건 정부의 안일한 대처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예방접종만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정부는 3조원의 손실을 낸 2011~ 2012년 구제역 사태 이후 예방접종제도를 도입했다. 구제역과 같은 가축 전염병이 퍼질 위험이 있을 때 농림축산식품부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농가에 예방접종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이번 구제역은 현재 사용하는 예방주사약으로 막아 낼 수 있는 유형이다.

그러나 정부가 각 농가의 예방접종 실시 여부를 일일이 검사하기 어렵다는 데 허점이 있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농장 관리자가 예방주사를 놓으려 해도 최대 200㎏에 달하는 돼지를 붙잡아 바늘을 찌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며 “이 때문에 주사약 구입 기록만 남겨 놓은 뒤 ‘접종을 실시했다’고 하면 그 농장의 여러 돼지를 상대로 피검사를 실시하기 전엔 신고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농민이 예방접종을 했다고 신고하면 이를 검증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2011년 구제역 사태 이후 도입한 ‘스탠드스틸(Stand Still·이동중지명령)’을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 농식품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스탠드스틸은 농식품부가 가축 전염병 발생 지역과 관련 종사자에 대해 최대 96시간 동안 이동통제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다. 농식품부의 다른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천안(16일)으로 번졌을 때 스탠드스틸을 걸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온다”며 “스탠드스틸이 해당 농가 종사자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신중하게 사용하려다 보니 오히려 골든타임을 놓쳐 일이 커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농식품부는 이번 구제역 사태가 충남 홍성까지 번지면 2011년과 맞먹는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홍성엔 국내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20%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중복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청주 일대에 돌고 있는 바이러스가 더 외곽으로 퍼지는 것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발생 지역의 서쪽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해당 농가 주변에 스탠드스틸을 걸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타 지역의 방역 활동도 강화됐다. 경기도는 종전 충청권 발병지와 가까운 평택·안성·이천 돼지농가에 주말 동안 추가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대전도 ‘긴급 구제역 방역협의회’를 연 뒤 ‘1농가 1공무원’ 예찰 활동을 시작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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