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가정의 달에 '안갚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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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김현승 '아버지의 마음' 중.

"회초리를 들긴 하셨지만/차마 종아리를 때리시진 못하고/노려 보시는/당신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

-박목월 '어머니의 눈물'중.

가정의 달이다. 속으로 눈물 켜는 우리 아버지.어머니의 모습을 묘사한 두편의 시를 통해 효(孝)와 관련, 생각나는 우리말이 있다.

다 자란 까마귀가 거동할 수 없는 늙은 어미 까마귀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준다는 고사성어 '반포지효(反哺之孝)'와 같은 뜻의 우리말로 '안갚음'이 있다.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말하는데, 간혹 '앙갚음'과 혼동하는 경우를 본다.

"안갚음은 못할지언정 제 부모를 내다 버리다니!"

"지난한 시절 너에게 당한 설움을 언젠가 반드시 앙갚음하겠다."

위 문장 쓰임새에서 보듯 '안갚음'은 부모를 정성스럽게 섬긴다는 좋은 의미인 반면 '앙갚음'은 남이 저에게 해를 주었을 때 저도 그에게 복수나 보복을 하겠다는 무서운 말이다.

정확히 구분해 사용해야 함은 물론이고 발음에도 신경써야 한다.'효'는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야 하듯 '안갚음'발음 역시 여유를 갖고 혀끝을 윗니 뒤 끝에 대고 길게 '안- 갚음'하면 된다.

김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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