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님아, 그 공을 또 때려 주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여자배구는 폴리(현대건설·맨 위), 데스티니(IBK기업은행·가운데), 루크(흥국생명) 등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의 합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위쪽부터 폴리, 데스티니, 루크. [사진 현대건설, IBK기업은행, 흥국생명]

올시즌 여자 프로배구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IBK기업은행(9승5패·승점25)과 현대건설(9승4패·승점24)·흥국생명(8승5패·승점24)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 팀의 선봉에는 올시즌 가세한 외국인 선수들이 있다. 데스티니(27·IBK기업은행·미국), 폴리(24·현대건설·아제르바이잔), 루크(26·흥국생명·호주)다. 폴리는 올 시즌 득점(499점)과 공격성공률(47.09%) 선두고, 데스티니는 두 부문 모두 2위(득점 439점·공격성공률 43.67%)다. 루크는 득점 4위(374점)와 성공률(40.83%) 3위 다. 세 선수의 키는 폴리가 1m97㎝로 가장 크고, 데스티니는 1m93㎝, 루크는 1m92㎝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아제르바이잔 국가대표인 폴리는 해외리그에서 뛰는 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먼저 한국 선수들에게 다가서며 팀에 녹아들고 있다. 1·2라운드 MVP에 올라 각각 1백만원의 상금을 받았던 폴리는 선수단에 근사한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폴리는 “다른 나라 리그에서는 적응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혼자 생활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부모님이 한국에 오시기 어렵다. 하지만 14세 때부터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특별히 부모님이 그립지는 않다”고 말했다.

 데스티니는 2009-2010시즌 도중 GS칼텍스가 스카우트 했던 선수다. 데스티니가 가세하면서 당시 GS칼텍스는 14연승을 달렸고, 결국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튀는 행동 탓에 팀원들과의 융화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데스티니가 달라졌다. 지난해 엄마가 된 뒤 성격이 유순해졌다. 데스티니는 “어렸을 땐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들이 실수를 해도 다독거릴 줄 안다”며 “나 자신도 놀랍다. 엄마가 되면서 내가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주 딸 키타니의 생일 때 구단에서 돌잔치를 해줬다. 다른 선수들로부터 많은 선물도 받았다. 딸이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루크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고, 이탈리아와 폴란드, 아제르바이잔 리그를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적응력이 좋다. 루크는 “한국 음식은 정말 맛있다. 주위에서 맵지 않냐고 하는데 멕시코 음식에 비하면 괜찮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주방 아주머니 솜씨가 좋아서 요즘은 요리를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봤는데 찜질방이 재미있어 보이더라.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남자를 연상시키는 힘찬 제스처 때문에 ‘루크 형’이란 별명을 얻은 그는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루크는 “나는 공격이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팀 컬러는 전원이 고르게 잘하는 배구다. 우리 팀의 배구가 더 재밌을 것”이라고 했다.

용인·수원=김효경·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